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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家 사람들] 오페라 부파 ‘피가로의 결혼’을 보고 웃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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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막 올라
[리뷰] 뉴서울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

뉴서울오페라단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뛰어난 오케스트라는 연주하는 사람들을 도취시키고 눈과 귀로 감상하러 온 관객들까지 제 편으로 만든다. 객석에 감동의 전율을 던질건지, 야유의 볼멘소리를 안길건지는 오케스트라를 리드하는 지휘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13일 막을 내린 뉴서울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은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 자리였다.

서울필하모닉을 지휘한 파올로 따리초티는 서곡부터 다소 나태한 태도로 지휘를 시작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지휘자의 행동반경이 크냐 작냐의 개인적 취향을 꼬집는게 아니다. 그의 무성의한 왼손 움직임을 지켜본 관객이라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얼마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휘자는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진정성을 찾긴 힘들어 보였다. 오케스트라와 밀착도가 높지 않다보니, 극 몰입이 쉽지 않았다. 특히, 레치타티보가 나오는 순간엔 무대 위 상황에 신경을 잠시 끈 듯 편히 의자에 앉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한명 한명 가수들의 개성을 위축시키지 않고 생기 발랄함을 불어 넣어, 등장인물 모두의 음악적 ·극적 조화가 성공의 관건인 희극 오페라이다. 음악적 조화가 어긋나자, 극적 조화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뒷모습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뒷모습으로만 각인되는 지휘자가 거짓말을 한다면 바로 들통나게 돼 있다. 결국 진정한 감동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지휘자가 음악을 잡아먹었고, 가수를 삼켜버렸다. 

유희문이 연출한 이번 작품은 회전으로 돌아가는 장치를 이용해 한 세트로 지어진 알마비바 백작 집, 부인의 침실, 결혼식이 열리는 홀, 성 안의 정원등을 차례 차례 불러냈다. 4개의 문짝을 십자 모양으로 세우고 이것을 중심의 수직축에 설치한 회전문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무대 전환시간을 줄인 점은 장점으로 작용하겠으나, 전반적인 인상은 아기자기한 소극장 공연에 맞는 스케일로 보였다.

주요 배역진 중에는 수잔나역 소프라노 오미선의 지혜롭고 귀여운 가창과 연기, 백작부인 역 소프라노 박혜진의  차분하면서도 세공이 깃든 표현력이 돋보였다. 카리스마와 바람기를 적절히 드러낸 백작 역 바리톤 강형규는 특유의 관객 장악력을 선보였으나, 그가 지금까지 선보인 이전 공연들에 비해 호연을 선보였다고 장담하긴 어려워 보였다.

케루비노 역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는 1막보다 2막에 가서 본 실력을 내보였다. 유명한 아리아인 2막의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나’에서 보여 준 안정된 가창, 풍성한 성량과 울림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노련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이는 마르첼리나 역 메조 소프라노 최정숙과 바질리오 역 테너 김병오, 안토니오 역 윤두현이었다. 피가로 역 바리톤 박경준과 바르톨로 역 베이스 이준석은 유머가 다소 부족했다.

모차르트의 유려한 선율, 섬세한 앙상블이 빚어내는 기가 막힌 웃음, 객석을 빨아들이는 흡인력 있는 ‘피가로의 결혼’이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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