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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난간 붙잡고 있어" 엄마와 마지막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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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6 18:52:45 수정 : 2014-04-16 23: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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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문자 보내도 답신 없어”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 발동동… 학교측 사고 늑장연락에 분통
“딸, 침착하게 행동하고 서두르지 마.”

16일 오후 1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최모(48)씨는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 둘째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최씨는 지난 15일 저녁 여객선이 출항하기 전 둘째 딸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고 한다. 최씨는 “딸은 들뜬 목소리로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딸의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냈지만 답신이 없었다. 그래도 최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문자를 보냈다. “괜찮겠지요….” 최씨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단원고 2학년 학부모들은 오전 9시30분쯤 진도에서 학생들이 탄 여객선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교로 속속 모였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이 사고현장으로 향할 수 있도록 버스편을 마련하고 사고 처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느라 분주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늑장 연락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자녀들로부터 연락을 받는 부모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였다. 신모(45·여)씨는 “오전 8시50분쯤 ‘엄마, 지금 배가 기울어지는데 난간을 붙잡고 있어’라는 딸의 전화를 받았다”며 “딸이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설명에 따라 조끼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씨는 “그 뒤에 연락이 없어 불안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아들로부터 침몰하는 여객선 내부 모습을 동영상으로 전달 받은 학부모 A씨도 “끝까지 안심이 안 된다”며 떨리는 손으로 아들에게 전화 걸기에 바빴다.

침몰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1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담요를 뒤집어쓴 채 앉아 있다.
진도=김범준 기자
학부모들은 사고 현장의 작은 소식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전 11시50분쯤 한 학부모가 “사망자가 단원고 학생”이라고 전하자 학교 상황실은 울음바다로 바뀌었다. 구조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정차웅(16)군의 아버지(48)는 “믿기지 않는다”며 “일단 눈으로 확인을 해야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저녁 ‘배가 출발한다’고 애 엄마한테 전화온 게 마지막이었다”며 “배터리가 없어 금방 끊은 게 마지막 전화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학교 측은 이날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한 시간이 지나서야 학부모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8시10분쯤 제주해경으로부터 ‘오전 8시30분 항구에 도착하기로 한 세월호와 연락이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고 오전 8시50분쯤 학생들과 함께 승선한 교감을 통해 ‘배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상황보고를 받았다. 학교 측은 계속해서 교감으로부터 ‘배가 15도 정도 기운 상태로 정지돼 있다’ ‘해경이 출동했고 승선자 전원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상황을 보고받았다.

학교 측은 오전 9시30분 경기도교육청에 전화로 사고 내용을 보고한 뒤 9시50분이 다 돼서야 학부모들에게 사고를 알리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배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교감의 전화보고를 받은 지 1시간여 만이다.

한 학부모는 “오전 9시30분쯤 아들과의 통화에서 사고 사실을 직접 전해들었는데 학교는 한참 뒤에야 사고 사실을 알려왔다”며 “학교는 교육청 등에 알리기 전에 학부모에게 가장 먼저 알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수업을 위해 학교에 나온 1, 3학년 학생들은 사고 소식에 상황실을 오가며 배에 승선한 선후배들의 구조 소식에 귀를 귀울이다 학교 측이 휴교령을 내리자 침통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안산=김영석,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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