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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분유값이 없어서" 차량털이 된 형제의 눈물

입력 : 2014-08-21 09:51:22 수정 : 2014-08-21 09: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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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분유 값이 없어서"

21일 새벽 시간대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에 침입해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곽모(22)씨 형제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부유한 가정환경 속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왔던 곽씨 형제가 차량털이로 전락한 것은 곽씨의 6개월 된 아들 때문이었다.

곽씨는 아버지가 잇따라 사업에 실패하면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다니던 대학교마저 그만뒀다. 그러던 중 한 여성을 만났고 올해 2월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마땅한 직업도 없는 젊은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돈이 문제였고 아이의 엄마는 출산한 지 두 달 만에 집을 나갔다.

아이와 단 둘이 남겨진 곽씨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을 꼭 닮은 아들을 복지시설로 보내는 것만큼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갓난아이를 두고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었던 곽씨는 염치 불구하고 아버지와 형(25)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버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매달 많지 않지만 생활비를 보내줬고 형은 곽씨가 살고 있는 광주 한 원룸으로 내려와 아들을 함께 돌봤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돼 병원 치료가 잦아지면서 그나마 보내오던 생활비도 지난 6월부터 끊겼다.

한 사람이 아이를 돌보면 다른 한 사람이 새벽부터 공사장에 나가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지만 여름철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그나마 있던 일감마저 끊겼다.

더 이상 아이 기저귀와 분유를 살 돈도 남지 않게 되자 형제는 아이를 재운 뒤 새벽 시간 광주지역 주택가 골목길을 돌았다.

문이 잠겨있지 않은 차에서 현금과 차량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을 훔쳐 전당포나 인터넷 중고 사이트를 통해 팔아 아이 분유와 기저귀를 샀다.

지난 7월4일부터 한 달 간 곽씨 형제는 광주에서만 같은 방법으로 22회에 걸쳐 675만원의 금품을 훔치다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곽씨는 경찰에 "아이를 굶길 수는 없었다. 죄송하다. 잘못했다"며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경찰 한 관계자는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어 조사를 받는 중에도 형제가 돌아가면서 아이를 봤다"며 "아이를 자신들이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회복지시설과 연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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