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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티볼리’의 개발 뒷얘기

입력 : 2015-01-26 20:59:54 수정 : 2015-01-27 09: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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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보다 싼 소형 SUV 만들자"
마힌드라 시스템 첫 적용 3년여 만에 결실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로 소형차·경량화 바람이 거셌던 2011년 7월, 무겁고 큰 차 위주의 쌍용자동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을 결심했다. 그리고 42개월 만인 지난 13일 ‘X100’(프로젝트명)은 ‘티볼리’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나왔다. 4년 만에 나온 신차라 쌍용차 직원들 기대가 큰데, 2009년 법정관리이후 회사를 떠난 옛 직원들도 이 작은 차에 복직의 희망을 걸고 있다. 여기다 티볼리는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기업 마힌드라의 경영 시스템이 처음 적용됐다. 가장 싼 SUV로 시장에 등장한 티볼리 개발 뒷얘기를 풀어본다.

주행중인 티볼리
◆환경규제 넘을, 쏘울보다 싼 차


26일 쌍용차에 따르면 티볼리는 초기 논의 단계부터 기아차 ‘쏘울’보다 가격이 싼 소형 SUV를 목표로 개발됐다. 국산차 중 경쟁대상으로 꼽히는 한국GM 쉐보레 ‘트랙스’는 개발 중이었고, 르노삼성의 ‘QM3’도 시장에 나오기 전이었다. 수입차 중에는 닛산 ‘쥬크’와 미니 ‘컨트리맨’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는데, 특히 유럽 출시로 소형 SUV 바람을 몰고 온 쥬크에 개발팀 시선이 쏠렸다. 실제 티볼리는 1635만∼2347만원으로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 중에도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을 정도로 싸다. 쌍용차 관계자는 “작은 차일수록 이익이 적은데, ‘박리다매’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회사가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 목표를 잡은 차량은 티볼리가 처음인데, 그래서 싼 가격에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매년 강화되는 환경규제도 티볼리 개발 배경 중 하나다. 결국 시행이 미뤄졌지만 ‘저탄소차협력금제도’(탄소세)가 예정대로 올해 시행됐다면 세단보다 연비가 나쁜 중형 SUV 일색인 쌍용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티볼리는 당장 가솔린 2륜 모델만 출시됐지만, 디젤과 4륜구동(6월), 트렁크 쪽을 늘린 롱 버전(12월) 등 추가 모델도 대기 중이다.

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쌍용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출시발표회에서 쌍용차의 모회사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왼쪽 두 번째)과 쌍용차 이유일 대표(〃 세 번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미국 진출, 이유일 사장의 꿈


티볼리는 유럽과 중국 등에 올해 3∼4월 수출하지만, 미국 수출은 해를 넘길 전망이다. 특히, 처음부터 미국 출시를 고려하진 않았는데, 초기 단계에서 판매시장은 국내 25%, 유럽 30%, 남미·중동·아태 등 기타 지역 45% 정도로 예상됐다. 미국 시장이 추가된 건 현대차 북미법인장을 지낸 이유일 사장의 ‘의지’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에 진출하지 않으면 자동차회사는 존재가치가 없다”며 “한때 미국에 진출하려다 실패한 마힌드라와도 협의를 끝냈고, 미국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도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시장 추가로 티볼리 사양도 변했다. 안전규제가 까다로운 미국에 진출하려면 스몰오버랩 등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포스코의 고장력강판이 72%가량 적용됐다. 하지만 전방추돌방지 장치 등 안전성도 강화하고, 환경규제 대응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진출이 다소 늦춰진 것이다. 개발 초기 풀 오토 에어컨은 유럽 소비자 수요를 반영해 듀얼 존 오토 에어컨으로 변경됐다. 6개의 에어백도 7개로 늘어났다. 지붕과 차체 색상이 다른 투톤 컬러도 막판에 추가됐는데, 가격 합리화 때문에 투톤 컬러를 선택하면 선루프를 장착할 수 없다.

내부 모습
◆마힌드라 프로세스 첫 적용


티볼리 이전 쌍용차의 가장 작은 엔진은 2ℓ급이었는데, 이젠 1.6ℓ로 다운사이징에 성공했다. 중형 SUV와 대형차뿐이던 플랫폼 라인업에 소형 SUV 플랫폼이 추가됐다. 승차감과 후방 추돌시 안전성 강화를 위해 뒷바퀴에 적용한 토션빔 서스펜션도 회사 최초로 개발했다. 이전까지 쌍용차 뒷바퀴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주로 쓰였다. 티볼리 개발팀 관계자는 “1.6L엔진, 소형 SUV 플랫폼, 토션빔 서스펜션 등 처음 도전하는 이 세 가지 항목을 동시 개발하다 보니 어려움이 컸다”며 “막판 품질 확보를 위해 시험·생산·설계 파트가 며칠 밤을 지새웠지만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을 생각하면 그만큼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티볼리는 단기간에 개발됐다. 개발 초기 전체 예산을 한번에 승인하는 마힌드라 덕분이다. 통상 신차 계획이 나와도 총 개발비의 10%가량을 갖고 일정 기간(통상 1년) 성공 여부를 가늠한 뒤 나머지 예산을 책정한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티볼리 개발 구상이 나오고 6개월 만에 전체 투자비 3500억원을 승인할 정도로 의사결정이 빨랐고, 결국 티볼리 출시를 앞당겼다.

초기 콘셉트카 디자인이 티볼리에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마힌드라는 6개월 주기로 개발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소형 엔진 개발은 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25만대 공장, 풀가동될까


쌍용차는 한해 2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데, 지난해 판매량은 14만1000여대다. 올해 16만대 생산을 예상하는데, 3만8500대가 티볼리 목표치다. 가솔린·디젤·롱 버전 등 모델이 모두 출시하고 미국 진출도 본격화하는 내년 티볼리 판매 목표는 10만대. 산술적으로 티볼리만 선전해주면 내년 판매량은 22만여대인데, 여기다 코란도 패밀리 상승세까지 이어지면 공장의 ‘풀 캐파’ 달성도 먼 미래가 아니다. 쌍용차를 떠난 직원들도 ‘티볼리’의 성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티볼리 출시행사에 나타난 마힌드라 회장은 “티볼리가 성공하고 쌍용차가 흑자 전환하면 시간에 따라 필요에 따라 2009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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