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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패스트푸드점 조명에 책보는 소년…필리핀판 '형설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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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01 15:41:44 수정 : 2015-07-01 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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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패스트푸드점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의지해 공부 중인 필리핀 소년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여름에는 반딧불, 겨울에는 눈(雪)빛에 의지해 책 읽어 공을 이룬다는 사자성어 ‘형설지공(螢雪之功)’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필리핀 인터넷 매체 래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세부의 한 패스트푸드점 근처를 지나던 조이스 지로스 톨레프랑카는 길바닥에 앉아 책 읽는 소년을 발견했다. 소년 앞에는 작은 나무 책상도 놓였는데, 이는 어디선가 주워온 것으로 보였다.

의대생인 조이스는 시험을 앞두고 크게 지친 상태였다. 그러나 소년을 본 순간 조이스는 잠이 깼다. 까까머리 소년이 자신에게 큰 깨달음을 준 것이다. 조이스가 마주한 그 소년의 이름은 다니엘 카브레라로 올해 9살이다.

다니엘의 야학(夜學)은 이미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들이 알 정도로 오래 이어졌다. 그는 근처에서 일하는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며 항상 독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단순히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숙제도 해결하는 등 그야말로 패스트푸드점 앞을 독서실화(化)했다.

다니엘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조이스는 “소년은 내게 큰 깨달음을 줬다”고 고마워했다. 그의 사진은 ‘좋아요’ 400여개와 ‘공유’ 2800여회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조이스는 래플러와의 인터뷰에서 “소년은 내가 더욱 열심히 공부하도록 일깨웠다”며 “큰 어려움 없이 학교에 다니도록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며 “당신이 진정으로 뭔가를 원하고 이루고 싶다면 이 소년처럼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그것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니엘이 길바닥에 앉아 책보는 이유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다. 그의 집은 전기세를 낼 여유가 없으며, 다니엘은 할 수 없이 불이 필요한 밤에는 패스트푸드점 앞에 앉아 책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패스트푸드점 직원은 다니엘과 관계가 가까워 보였다. 그는 “예전에 다니엘이 내게 ‘물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한 적 있다”며 “다니엘에게 ‘학교에서 별을 많이 받아오면 장난감을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고 웃었다. 그가 말한 ‘별’은 숙제를 잘하거나 좋은 성적이 나왔을 때 받는 칭찬을 뜻한다.

페이스북에서 다니엘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입이 마르도록 그를 칭찬했다.

한 네티즌은 “다니엘의 미래는 정말 밝아 보인다”며 “부디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댓글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은 “큰 인재가 될 것 같다”며 “힘내!”라고 격려했다.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는 이도 있었다.

한편 조인스는 나흘 뒤 “사진이 이렇게 큰 물결을 일으킬 줄 몰랐다”며 “다니엘의 사연을 공유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다니엘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인생에 큰 동기부여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조이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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