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개성으로 감탄 자아내 박혜나의 엘파바는 당차고 곧았다. 차지연은 거칠고 정의로운 엘파바로 보는 이를 끌어당겼다. 정선아는 얄밉지만 사랑스러운 글린다 캐릭터를 가지고 놀았다. 아이비의 글린다는 귀엽고 달콤했다.
뮤지컬 ‘위키드’의 두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가 돌아왔다. 18일 대구를 시작으로 올여름까지 관객을 상상 속 나라 ‘오즈’로 초대한다. 올해는 초연 배우인 정선아·박혜나에 더해 새 마녀로 차지연과 아이비가 합류했다. 기대대로 이들은 제각기 뚜렷한 개성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공연에 앞서 20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마법의 나라 오즈의 뒷면을 들여다봤다. 네 배우는 하나같이 ‘연습의 고됨’을 토로했다.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써야 하고, 넘버도 쉽지 않아요. 옷 무게가 기본 15, 20㎏이고, 소품도 무거워서 1리터 생수 두 병을 쥔 것 같아요. 부담스럽지만 막상 뛰어드니 행복하네요.”(박혜나)
‘위키드’를 국내에 올린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위키드’ 배우는 노력 만으로는 안 되고 타고난 천재성과 노력이 합쳐져야 한다”며 이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네 배우는 쉽지 않은 작품인 ‘위키드’에 대해 한마디로 선물(박혜나), 여행(차지연), 롯데월드(아이비), 나의 인생(정선아)이라고 요약했다. 차지연은 “그간 해온 환경과 너무 다른 곳에 와서 함께 성장해서”, 아이비는 “어릴 때 유원지에 놀러가듯 꿈의 나라로 향하며 점점 성장하는 듯해서”를 이유로 들었다. 이들이 흘린 땀 덕분일까. 미국 브로드웨이 원작 제작팀인 리사 레길로 연출은 한국판 위키드에 대해 “두 번째 시즌이라 더 나은 것 같다”며 “솔직히 말하면 뉴욕과 맞먹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위키드’ 측은 이날 환상적 무대를 만드는 비결도 살짝 공개했다. 안현주 의상 슈퍼바이저는 “글린다가 입는 버블드레스는 한 달 넘게 손으로 일일이 비즈를 달고 9가지 원단을 사용했다”며 “엘파바가 2막에 입는 검은 드레스는 지구의 지층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다른 원단으로 360층을 냈다”고 설명했다. 위키드 의상은 한 벌에 3000만원이 넘는 옷이 있을 만큼 고가다. 원단·제작·디자인 비용까지 합하면 의상 350여벌에 약 40억원이 들었다.
대구=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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