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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심해는 미래자원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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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5 21:33:10 수정 : 2016-05-25 21: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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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정 이용한 3차원 바다탐험시대
6000m 이상급 유인잠수정 개발해야
시대가 바뀌면서 바다를 보는 시각도 변했다. 바다를 잘 모르던 시절,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바다는 두려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항해술의 발달로 15세기 들어 열린 대항해시대에 바다는 개척과 모험의 장소였다. 바닷길이 열리자 부를 얻기 위한 물자 교류와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졌다. 해양에서 힘을 기른 강대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 들어 해양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유엔해양법 기초가 만들어지면서 바다는 육지처럼 영토로 인식되고 자원 개발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대항해시대가 선박을 이용한 2차원 바다 탐험시대였다면, 지금은 잠수정을 이용해 심해까지 탐사하는 3차원 바다 탐험시대이다.

멀리 있는 것을 보려면 망원경이 있어야 한다. 아주 작은 것을 보려면 현미경이, 물속에서 물 밖을 살피려면 잠망경이, 우리 몸속을 들여다보려면 내시경이 필요하다. 인공위성으로는 지구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잠수정으로는 바다 속을 관찰할 수 있다. 잠수정에는 사람이 탈 수 있는 유인잠수정과 그렇지 못한 무인잠수정이 있다. 무인잠수정은 다시 원격조종무인잠수정(ROV)과 자율무인잠수정(AUV)으로 나뉜다. 이런 장비는 우리 눈의 시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천리안으로 만든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한국해양학회장
얼마 전 필자는 괌 주변의 마리아나 해저분지에서 ‘해미래’를 이용한 약 보름간의 심해탐사를 마쳤다. 해미래는 2006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이판묵 박사팀이 만든 6000m급 원격조종무인잠수정이다. 해미래는 작년 동해 심해탐사에 이어 올해 수심이 더 깊고 해저지형이 복잡한 바다로 탐사 영역을 넓혔다.

괌 주변 바다는 아주 역동적인 곳이다. 수심이 1만1000m에 달하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가 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괌 인근 해저분지에는 마그마가 흘러나와 만들어진 해저산이 있다. 화산활동이 활발해 섭씨 350~450도의 뜨거운 물이 솟아나오는 열수분출공도 여럿 있다. 미국 정부는 이 심해온천 해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사전에 미국 정부로부터 탐사 허가를 받았으며, 탐사 기간 동안 미국 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이 참관인으로 동승했다.

해미래는 뜨거운 물이 솟아나오는 열수분출공을 탐사했다. 갈라진 해저지각 틈 사이로 스며든 바닷물은 마그마에 의해 덥혀져 열수분출공을 통해 솟아나온다. 이때 뜨거운 물에 녹아 있던 유용금속은 심해의 찬 바닷물을 만나 침전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열수분출공 둘레에 굴뚝 모양의 열수광상이 만들어진다. 열수광상에는 금이나 은 등 귀금속과 구리, 아연 등 유용금속이 들어 있어 자원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열수분출공 주변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많은 심해생물이 밀집해 살고 있다. 열수에 녹아 있는 황화수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만드는 황화박테리아가 있기에 가능하다. 육지로 치면 식물의 역할을 해 생태계를 부양하는 것이다. 심해 열수분출공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으로,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생명체가 처음 생겨난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연히 해양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우주개발 경쟁을 하듯 선진국들이 심해개발 경쟁을 하는 것은 미래 자원 확보와 무관하지 않다. 심해에 잠자고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심해 유·무인잠수정이 필요하다. 해양과학기술 발전을 위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재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만이 6000m 이상급 심해유인잠수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는 심해무인잠수정은 있지만 과학자들이 직접 타고 심해 탐사를 할 수 있는 심해유인잠수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언제쯤 심해를 들여다볼 천리안을 가질 수 있을까 싶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한국해양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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