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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위작 논란 국립현대미술관은 사과해야했다"

입력 : 2016-06-22 16:26:07 수정 : 2016-06-22 16: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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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평전'낸 미술평론가 최광진
"진품 주장하려면, 공식 발표 통해 납득할만한 증거 제시해야" 주장
"국립현대미술관은 지금이라도 한 작가를 정신이상자로 몰고 간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위작임을 시인하고 '미인도'를 폐기처분해야 한다. 이것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이다."

미술평론가 최광진(54)씨가 25년 묵은 '미인도' 위작 논란 원인을 국립현대미술관에 정조준했다. 최근 펴낸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천경자 평전'을 통해서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은 25년이 지나도록 미인도에 대한 학술 논문 한편없이 왜곡된 소문과 권위적 주장으로 일관해왔다"며 "진위 여부를 떠나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점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고 밝혔다.

화랑협회에도 일침을 놓았다. "생존 작가이고 정신상태가 정상이라면 작가 의견에 감정의 우선 순위를 둔다"라는 내부 규정을 정당한 이유없이 여겼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들은 '작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여 위작임 밝혀질 경우 그 결과를 전면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작가를 존중했다면 작가의 주장을 먼저 받다들이고, 진품이라는 실증적 증거가 드러나면 추후 수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였다"면서 "작가가 위작이라고 하는데 안목감정으로 진위를 판정 한 것 자체가 작가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했다.

국내 '예술학 박사 1호'인 최씨는 천화백과 작가와 큐레이터로 인연이 됐다. 1995년 호암미술관에서 연 천경자 회고전을 기획하면서다. 천 화백이 절필선언후 15년만에 연 이 전시는 당시 몰려든 인파로 화제였다. 관람객 줄이 미술관 맞은편 인도까지 150m나 이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 작가의 개인전에 몰린 인파는 지금도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이다.

천 화백이 호암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천 화백은 당시 학예실장의 눈매가 마음에 들지않는다는 이유로 전시를 거부했다. "당시 원로작가들이 생전에 호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매우 영예로운 일이었지만 단지 큐레이터의 인상이 나쁘다는 이유로 전시거부는 호암미술관으로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난감해하던 실장이 삼십대 중반이었던 최광진 큐레이터에게 '전시회를 성사시키라'는 임무를 맡겼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환심을 사기위해 꽃집에서 그녀의 그림에 자주 나오는 보라색 꽃을 한웅큼 사들고 갔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 보다 따뜻하게 대해주어 편안하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수 있었는데, 그 다음날 일이 터졌다. 천경자가 홍관장에게 전한 반응은 예상밖이었다. "웬 젊은 사람이 찾아와 자기작품을 빼앗아가려 한다는 것이었다."

최씨는 "1991년 '미인도'사건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전문가 집단데 큰 정신적 상처를 입은 터여서 미술관에 대한 경계심과 피해의식 같은 것이 있는 듯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1년 정도 전시를 준비하면서 업무적으로 자주 만났고, 전시가 열린 한달 동안은 거의 매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최씨는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로 구사하는 천경자의 이야기들은 흡입력이 강해서 나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빠져들곤 했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천 화백의 마지막 개인전으로 기록됐고, 이후 최광진 큐레이터는 ‘천경자 전문가’가 됐다.

이 책을 쓰게 된 건 천 화백의 죽음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과 '미인도'사건에만 쏠려있고, 정작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없어서였다. 그동안 게으름으로 중도에 접은 '천경자 평전'을 다시 쓰기 시작한 이유다.

그는 "삶의 역경을 치열한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천경자의 드라마틱한 예술세계가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칼로 이상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자부심이 있다.

책은 천경자라는 한 인간이 불행한 시대와 험난한 삶을 살면서 겪은 역경과 좌절,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전 과정이 다큐멘터리처럼 담겼다.

또 25년째 풀리지 않는 희대의 위작 논란 '미인도'사건의 실체를 파헤쳐 부록으로 보여준다. 천 화백 사후에도 대를 이어 논란중인 '미인도' 사건의 의혹들을 제시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사건은 한국미술계를 이끌어 온 다수의 전문가들이 개입되어 있고 나 역시 그들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진실과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스스로를 감시했다. 때로는 상처를 덮어두는 것이 미덕일 수 있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 상처가 계속 덧난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곪은 것을 짜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미인도 논란'만 키웠던 미술계등의 온갖 잡음을 숨죽이게 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미인도 위작 논란' 해법도 제시했다.

"시간은 지났지만 원칙을 지킨다면 '미인도' 사건의 해법은 간단하다. 이미 작가가 위작이라고 했기 때문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진품임을 주장하려면, 지금이라도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납득할만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그것만이 죽어서도 잊지 못할 '미인도' 사건에 대한 천경자의 한을 승화시켜주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문화 펴냄. 256쪽, 1만8000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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