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운호(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의 부탁을 받은 신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매장이 면세점에 입점하는 과정에서 L씨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대표는 브로커 한모(구속기소)씨를 통해 면세점 입점 대가로 20억원가량을 신 이사장 장남 소유의 BNF통상 측에 건넸는데, 검찰은 이 돈 일부가 신 이사장 측에 전달되는 과정에도 L씨가 개입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 대가로 최소 10억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L씨의 집과 사무실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번주 안에 신 이사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총수 일가 구성원이 검찰에 출석하는 것은 신 이사장이 처음이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이자 신동빈 회장의 누나로, 롯데그룹 계열사 중 호텔롯데와 면세점 사업 등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씨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이날 정 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씨는 정 전 대표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이 군대 매장(PX)에 화장품을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 측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정 전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군납 청탁 등과는 무관한 돈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한씨를 재판에 넘기며 “PX 납품 로비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김태훈·정선형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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