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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누가 ‘짬밥’이라 했나요…웰빙식 군대 식단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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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3 14:00:00 수정 : 2016-07-23 16: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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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생선은 기본… 햄버거·쫄면·스파게티까지 등장
군대 ‘짬밥’이 달라졌다. 짬밥은 남은 음식을 의미하는 잔반(殘飯)에서 유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장병들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던 짬밥이 장병 건강과 체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식재료가 가득 담긴 ‘웰빙 식단’으로 거듭났다. 자장면, 냉면, 쫄면 등 분식과 과일 주스, 케이크, 떡과 같은 후식이 제공되면서 급식 대신 PX(매점)에서 파는 냉동식품을 선호하던 젊은 장병들을 부대식당으로 불러모은다.


지난 20일 강원도 동해 해군 1함대를 방문한 ‘어머니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 단원들이 부대 관계자로부터 식재료 보관과 조리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모니터링단은 군대 급식 안전성과 품질 점검에 장병 어머니 의견을 반영하고자 국방기술품질원이 2014년 처음 만들었다.
해군 제공

◆경제력 신장으로 군대 식단도 변했다

현재 군대 식단의 기본 체제인 ‘1식 4찬’이 확립된 건 1990년대. 이전까지 군대 식단은 장병들 배를 채워주는 데 불과했다. 급식 질은 늘 후순위로 밀렸다.

1945년 광복 직후 대한민국 군대가 창설됐을 당시에는 군대 식단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이 배고픔을 면하고자 군 입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던 군이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젊은이에게 제공하는 식사는 보리밥과 콩나물국이 전부였다. 모자란 식사에 만족하지 못한 장병들은 일과시간이 끝나면 주보(酒保·PX의 옛 일본군식 표현)로 달려가 빵을 수십개씩 사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지난 20일 강원도 동해 해군 1함대를 방문한 ‘어머니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 단원들이 부대 식당에서 해군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얘기하고 있다.
해군 제공
6·25전쟁 때는 미군 지원으로 식단이 다소 개선됐다. 쌀과 보리 혼식을 기본으로 하되 전투가 벌어지면 조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쌀밥을 먹었다. 된장과 고추장, 소금에 절인 배추와 생선이 함께 공급됐으며 부대 사정에 따라 인근 농가에서 가축을 샀다.

지금 기준으로는 조악한 수준이지만 세끼도 해결하지 못하던 사람이 대부분이던 시절이라 장병들은 큰 불평 없이 식사를 했다. 군은 휴전 직후 식품 검사를 수행할 ‘병식연구소’를 창설하고 주식 기준을 정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4·19혁명 등 정치적 격변 속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군대 급식 전반에 변화 바람이 분 건 1990년대부터다. 급식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조리원을 채용하는 등 요리 질을 높이는 데 힘썼다. ‘1식 4찬’ 제도가 확립됐으며 생선·채소·육류 비중이 커졌고, 부식으로 봉지라면과 컵라면이 공급됐다.

2000년대엔 삼계탕과 돼지갈비 등 고급 메뉴가 추가되면서 식단이 다양해졌다. 2010년대부터는 순살새우, 한우, 삼계탕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급식 횟수가 느는 등 식단이 질적으로 개선됐다.

◆장병 입맛·건강 맞춤형 식단 제공

현재 장병 1인의 하루 급식영양 기준은 3100kcal다. 군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칼슘, 비타민 등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하도록 장병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조리병 손을 거쳐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의 기본 메뉴는 밥이다. 쌀과 흑미, 현미, 검은콩, 찹쌀 등을 5:5로 섞어 조리한다. 여기에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생선?가공식품, 김치와 국이 더해진다.

급식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건 ‘조미김’이다. 비닐로 포장된 조미김은 일주일에 3~4회 식탁에 올라온다. 김을 잘게 부숴 밥에 뿌려먹거나 야간 근무를 마치고 복귀했을 때 라면과 함께 먹기도 한다. 생선묵과 햄, 소시지, 돈가스, 생선가스, 게맛살 등 가공식품도 월 1회 이상 식단에 포함된다. 


올해부터는 광어와 냉동새우 등이 식단에 등장했다. 광어와 냉동새우는 식중독 예방 차원에서 튀김이나 찜 등의 형태로 1년에 두 차례 제공된다. 오징어 실채는 한 달에 한 번, 팝콘형 치킨(뼈없는 닭고기 일종)과 탕수육은 1년에 네 차례 나온다. 장병들이 선호하는 육류도 추가 공급되고 있다. 삼계탕과 한우갈비는 1년에 세 차례 나오지만 한 차례 더 제공되며, 오리고기는 연 12회에서 16회로 늘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복무 중인 병사들은 육류를 선호한다”며 “설문조사 등을 통해 육류 급식량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분식으로는 ‘군대리아’로 유명한 햄버거 빵이 월 6회 급식된다. 종류도 핫도그, 햄·치즈, 새우, 불고기 등으로 다양하다. 감자튀김과 시리얼도 함께 제공돼 “햄버거는 양이 부족해 먹어도 배가 고프다”던 장병들 불평도 줄었다. 

떡국은 명절과 추운 날에 나온다. 자장면과 냉면, 스파게티, 쫄면, 우동도 연 39회 제공된다. 후식으로는 우유와 주스, 과일이 나온다. 주스는 오렌지 등 7종류가 제공된다. 과일은 수박이나 바나나 등 제철 위주로 공급된다. 군은 장병 건강증진 차원에서 가공식품인 주스 공급을 줄이는 대신 국산 제철과일 제공 횟수를 늘리고 있다.

급식 외에 공급되는 간식으로는 건빵과 컵라면, 즉석쌀국수, 떡 등이 있다. “물이 없으면 목이 막혀 7~8개 먹기도 힘들다”는 건빵은 한 달에 3봉지가 지급된다. 컵라면도 월 3개씩 주어지며 즉석쌀국수는 한 달에 한 개, 떡은 한 달에 두 번 공급된다. 설날과 추석, 국군의날에는 인절미나 꿀떡, 백설기, 찹쌀떡 등을 추가로 내놓는다. 생일을 맞은 장병에게는 쌀케이크나 떡케이크가 제공된다.

장병들에게 지급되는 `쌀건빵`. 안에 별사탕이 함께 들어있다.
군 당국은 급식 환경 위생에도 각별히 신경쓴다. 단체생활 특성상 식중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식재료 반입에서부터 조리까지 과정을 철저히 점검한다. 군수품 품질보증을 맡고 있는 국방기술품질원은 식재료 검사, 합동위생점검 등을 통해 불량 식품의 군내 반입을 차단한다. 납품된 부식은 현지 부대 검수장교와 식품검사장교의 검사를 받는다.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식품과 성분을 메뉴판에 표시하고 인공조미료 대신 멸치 가루나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가루 등 천연조미료 사용을 확대해 장병 건강 증진을 위한 ‘웰빙 식단’을 짜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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