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심장은 아닌 게 분명하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 걸 보면. 그렇다면 마음은 뇌에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인간의 두뇌를 들여다볼 수 있을지를 고민한 신경학자가 있다. 포르투갈 출신의 안토니우 에가스 모니스(1874∼1955). 1927년 7월 그는 목의 혈관 속으로 염료를 주사해 뇌로 퍼지게 하는 방법을 개발해 학회에 발표한다. 엑스레이를 이용해 이전에 보이지 않던 뇌 혈관과 엽이 보이게 된 것이다. ‘혈관조영법’이라는 이 기술 덕에 영혼의 병을 앓게 하는 뇌 속 종양을 눈으로 확인하는 길이 열렸다.
그는 뇌를 들여다보는 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1935년 11월1일 63세 M여사의 두개골 양쪽에 펜 끝만 한 크기의 구멍을 뚫었다. 거기에 주사기로 알코올을 주입했다. 전뇌를 시상에 연결하는 신경섬유를 녹여내면 환자를 괴롭히는 생각과 느낌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수술 후 상태는 호전됐으나 추적조사가 없어 최종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신과에서 뇌엽절제술을 도입하는 혁신적인 실험이었다.
미국과 영국 등 국제공동연구진이 대뇌 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의 기능을 정리한 뇌지도를 엊그제 공개했다. 97개 영역은 기존 뇌지도에서 구분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고 한다. 앞으로 자폐증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을 보다 자세히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니스가 이 사실을 전해들었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세상의 온갖 이상한 사람들을 고치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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