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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뇌를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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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2 22:02:46 수정 : 2016-07-22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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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온갖 이상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분노를 참지 못해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량 앞으로 차를 들이대는 운전자, 옆구리 찔러 공짜 주식을 받고 120억원 대박을 터뜨린 검사, 딸을 외국인학교에 보내려고 이상한 나라의 국적까지 취득한 열성 엄마, 그리고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수많은 1%들…. 그들의 안중에 다른 사람은, 공동체는 없어 보인다. 나와 가족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심리 구조가 궁금하기만 하다.

인간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심장은 아닌 게 분명하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 걸 보면. 그렇다면 마음은 뇌에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인간의 두뇌를 들여다볼 수 있을지를 고민한 신경학자가 있다. 포르투갈 출신의 안토니우 에가스 모니스(1874∼1955). 1927년 7월 그는 목의 혈관 속으로 염료를 주사해 뇌로 퍼지게 하는 방법을 개발해 학회에 발표한다. 엑스레이를 이용해 이전에 보이지 않던 뇌 혈관과 엽이 보이게 된 것이다. ‘혈관조영법’이라는 이 기술 덕에 영혼의 병을 앓게 하는 뇌 속 종양을 눈으로 확인하는 길이 열렸다.

그는 뇌를 들여다보는 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1935년 11월1일 63세 M여사의 두개골 양쪽에 펜 끝만 한 크기의 구멍을 뚫었다. 거기에 주사기로 알코올을 주입했다. 전뇌를 시상에 연결하는 신경섬유를 녹여내면 환자를 괴롭히는 생각과 느낌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수술 후 상태는 호전됐으나 추적조사가 없어 최종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신과에서 뇌엽절제술을 도입하는 혁신적인 실험이었다.

미국과 영국 등 국제공동연구진이 대뇌 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의 기능을 정리한 뇌지도를 엊그제 공개했다. 97개 영역은 기존 뇌지도에서 구분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고 한다. 앞으로 자폐증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을 보다 자세히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니스가 이 사실을 전해들었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세상의 온갖 이상한 사람들을 고치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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