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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로 떠나는 '지각' 바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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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가까워질수록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어떤 장관을 연출할지 기대감도 부푼다. 마침내 폭포는 모습을 드러내고, 큰 낙차를 이루며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폭포 아래는 수심을 알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떨어지는 폭포를 직접 맞아보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저 근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는 것만 해도 더위를 날리기엔 부족함이 없다. 여름이 가기 전 이름 있는 폭포 중 한 곳쯤은 들려보자.

무릉계곡 쌍폭 감상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는 절경

강원 동해시의 두타산과 청옥산을 오를 때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무릉계곡은 동해안의 내로라하는 해변을 제치고 강원도 국민관광지 1호로 지정된 곳이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무릉도원에서 따왔다. 하이라이트는 계곡 트레킹 끝 무렵 등장하는 쌍폭포다. 바위를 타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앞에 서면 이마의 땀은 어느새 사라지고 팔뚝엔 소름이 돋는다. 왼쪽 폭포는 계단형 바위를 타고 층층이, 오른쪽 폭포는 단숨에 내리꽂히며 절묘한 이중주를 선보인다. 쌍폭포까지 한 시간 안팎 걸리는 트레킹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하다. 울창한 나무 터널이 뜨거운 햇볕을 가려 시원하고, 무릉반석과 삼화사, 학소대, 선녀탕 등 변화무쌍한 절경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명주실 같은 무주채폭포

경기 가평 도마치계곡에 자리 잡은 적목용소와 무주채폭포는 경관이 빼어나지만 덜 알려진 곳이다. 과거 삼팔선이 지난 삼팔교를 지나 3㎞ 정도 더 오르면 길가에 주차장과 공중화장실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적목용소까지는 5분 정도 걸으면 된다. 계곡이 깊고 주변 숲이 짙다. 용소 너머에는 용소폭포가 큰 바위 여러 개를 넘나들며 기운차게 흘러내린다. 다리 건너 1㎞ 지점에 무주채폭포가 있다. 거리가 멀지 않고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도 쉽게 갈 수 있다. 넓고 가파른 벽 위로 폭포수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린다. 그러다 각진 바위에 걸리면 흩날리듯 퍼진다. 폭포 오른쪽에 나무 그늘과 빈터가 있어 돗자리를 깔고 머물기 좋다.
수락폭포에서 물맞이를 즐기는 사람

수락폭포의 전경
전남 구례의 수락폭포가 자리 잡은 산동면 수기리는 면 소재지에서 4㎞ 정도 들어가야 한다. 계곡을 따라가면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사이로 높이 15m에서 폭포가 끊임없이 물을 토해낸다. 수락폭포는 날이 가물어도 일정한 수량을 유지할 정도로 물이 많아 물맞이 폭포로도 유명하다. 수락폭포는 주민들이 모내기와 김매기를 마치고 농한기로 접어들 때 허리 통증, 신경통을 다스리기 위해 찾은 곳이다. 시원한 폭포 아래서 아픈 몸도 다스리고 더위를 피했다. 수락폭포는 국악인이 득음하는 장소로도 알려졌다. 동편제의 송만갑 선생과 소리꾼들이 폭포를 바라보며 피를 토할 정도로 소리를 갈고닦았다.
부안 직소폭포

전북 부안 직소폭포는 조선이 낳은 여류 시인 매창 이계생, 촌은 유희경과 함께 부안삼절로 꼽힌다. 직소폭포 탐방은 내변산분소에서 시작된다. 직소폭포까지 2.2㎞. 풍광을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으면 왕복 2시간가량 걸린다. 폭포 앞에 다다르는 몇몇 돌길 외에는 대부분 완만한 코스다. 봉래구곡, 실상사 등 주변 볼거리도 발걸음을 더욱 들뜨게 한다. 직소폭포는 빼어난 자태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선녀탕과 분옥담이 폭포의 전조를 알려준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무심코 흐르지 않고 작은 폭포수 줄기와 함께 탐스러운 소를 만든다.

직소폭포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좁은 산길을 거쳐 폭포 앞까지 다가서야 제맛이다. 폭포는 보고, 듣고, 그 물거품이 닿을 것 같은 바위에서 땀을 닦아낼 때 진면목이 전해진다.
내연산 12폭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연산폭포
내연산 제6폭포인 관음폭포

◆여러 폭포를 한 번에 보고 싶다면

경북 포항 내연산은 계곡 따라 12개의 폭포가 있는데,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개성이 넘친다. 등산로는 보경사 앞에서 시작된다. 절 앞으로 시원스레 물길이 통과한다. 활엽수가 많아 등산로에 그늘이 짙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과 그늘진 등산로 덕분에 한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게 걸을 수 있다. 내연산 십이폭포 가운데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제6 폭포인 관음폭포다. 깎아지른 듯 곧추선 절벽과 자연스레 형성된 동굴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 한 쌍이 그림 같다. 관음폭포 위에 걸린 구름다리를 지나면 천둥같이 요란한 연산폭포가 길을 막아선다. 높이 30m, 길이 40m 폭포에서 터져 나오는 우렁찬 물소리에 속이 뻥 뚫린다며 연산폭포를 첫손에 꼽는 이도 많다. 가까이 다가서면 폭포에서 날아온 물보라에 얼굴이 시원하다. 제8폭포 가는 길부터 험해진다.
십이폭포
십이폭포를 느껴보는 관광객

충남 금산 십이폭포는 성치산 성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무자치골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들어낸다. 십이폭포라는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무자치골에 형성된 크고 작은 폭포를 통칭한다는 설부터 가장 규모가 큰 죽포동천폭포의 웅장함을 빗댄 이름이라는 설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12개 폭포 중 대표적인 것이 다섯 번째인 죽포동천폭포다. 이곳까지 등산로가 평탄해 아이들과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십이폭포로 향하는 여러 길 중 남이면 구석리 모티마을을 통해 오르는 길이 가장 찾기 편하다. 죽포동천폭포는 높이 20m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인다. 절벽 아래 형성된 소(沼)는 밑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고 깨끗하다. 죽포동천폭포가 유명한 또 다른 원인은 석각 때문이다. 주변 바위에 새겨진 글씨는 예부터 문인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음을 알려준다. 폭포 상단 오른쪽 바위에 큼지막하게 죽포동천(竹浦洞天)이라 새긴 글씨가 있다. ‘죽포’는 파란 대나무처럼 우거진 수목이 맑은 물에 비쳐 수면이 대나무 숲처럼 보인다는 뜻이고, ‘동천’은 맑은 골짜기 안에 있는 별천지로 신선이 사는 곳을 가리킨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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