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탈리아 지진피해 인재?…"다른 위험국보다 대비책 미흡"

입력 : 2016-08-25 15:56:25 수정 : 2016-08-25 15:56:2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내진 시공 때 예술품·중세도시 훼손 '딜레마'
"재원 부족·느릿한 행정 탓 위험지역 대책없이 방치"
아마트리체에서 무너진 건물의 매몰자를 구조하는 구조대원 [AP=연합뉴스]
이탈리아는 일본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주만큼이나 강력한 지진이 잦은 이탈리아가 그에 상응하는 대비책을 갖추지 않아 이번에 큰 피해를 봤다면서 이번 지진으로 생긴 피해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보다 지진이 더 강력하고 잦은 캘리포니아는 1906년 대지진을 겪은 후 건축법을 바꿔 내진 설계와 시공을 의무화했지만, 이탈리아는 경제 여건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피해를 복구하느라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머지 지진 대책을 적절히 세우지 못했고, 이 와중에 법령이 뒤죽박죽 정비돼 불법 무허가 건물이 많아진 점이 지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번 지진에서 큰 피해를 본 아마트리체 지역과 인근 아쿠몰리 지역의 한 대변인은 "내진 설계 의무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는 1970년대 이후에야 이뤄졌다"며 "그 이전 중세시대에 건축된 건물은 철거하고 재건축해야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세의 문화 유적이나 예술품이 있는 건물은 이 같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1997년 페루자 인근의 아시시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성 프란시스코 성당을 내진 강화 콘크리트로 보강, 복원하려 하자 무게가 늘어나 성당의 프레스코 벽화를 훼손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발생했다.

그 결과 "개입을 많이 하느니 차라리 그냥 그대로 둔다"는 관행이 자리를 잡았다고 건물 내진 시공사인 에니아의 파올로 클레멘테 연구국장은 설명했다.

재원 부족 역시 고질적인 문제로 피렌체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 작품을 보호 보강할 재원은 넉넉하지만, 그 이외의 다른 작품은 거의 모두 무시된다고 예술역사학자인 토마소 몬타나리 교수는 설명했다.

복구 작업이 늦어지는 것도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특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곳과 가까운 라퀼라 시에서 2009년 발생한 강진으로 300명이 사망한 후 라퀼라시의 복원 사업은 재원 부족에다 관료적 절차 등으로 지연돼 3년 뒤 성당과 학교의 복원 공사가 시작됐고, 2019년에야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이 이탈리아 반도의 등뼈인 아펜니노 산맥 한복판에 있는 두메산골 마을들이 있는 곳으로 대부분 인구 감소와 주민의 도시 이주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2만여 마을에 속했다고 미국 방송 CNN이 현지 프리랜서의 분석을 인용 보도했다.

이 탓에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접근로가 막혀 구조 및 복구 팀이 곧바로 접근하기 어렵고, 아쿠몰리의 경우 주민 수가 600명으로 알려졌으나 여름 한 철이나 주말에는 5천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점도 피해 규모 파악을 어렵게 한다고 CNN은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의 복구작업은 '중세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무 한 그루가 차선이 없는 쌍방통행 비포장도로에 쓰러지면 불도저가 접근할 수 없어 오로지 맨손과 삽으로 잔해를 파헤치는 방식의 더딘 복구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