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월드이슈] 아베 품 떠나 日 정치판 흔든 ‘보수우익 마담’

입력 : 2016-08-26 19:31:11 수정 : 2016-08-26 20:51: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TV앵커·중의원 8선 출신 고이케 도쿄도지사 / 자민당 비주류… 무소속 출마 '깜짝 당선' / 일 첫 여방위상 이어 첫 여도쿄도지사 리우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지난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 차기 올림픽 개최 예정 도시인 도쿄의 대표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4) 도쿄 도지사가 무대에 올랐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에두아르두 파에스 리우 시장으로부터 올림픽기를 받아 고이케 지사에게 넘겼고, 그는 밝은 표정으로 올림픽기를 흔들며 TV를 시청하는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원래 그 무대에 올랐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재임 중이던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 도지사가 정치자금 문제로 갑작스럽게 물러났고, 7월31일 치러진 선거에서 우여곡절 끝에 승리한 고이케 지사의 차지가 된 것이다.

고이케 지사는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1971년 간사이가쿠인대학 사회학부를 중퇴하고 이집트로 건너간 그는 1976년 10월 카이로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아랍어 통역사로 활동했고, 1979년부터 니혼TV와 TV도쿄 등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다음 올림픽 개최 도시인 도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올림픽기를 흔들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연합뉴스
그가 정계에 입문한 것은 1992년이다. 당시 일본신당 비례대표로 참의원이 됐다. 이듬해 참의원을 사직하고 중의원 선거에 나가 고향인 효고현에서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중의원에서 8선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속 정당의 분열·통합에 따라 일본신당, 신진당, 자유당, 보수당, 자민당으로 둥지를 자주 옮겨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고이케 지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때인 2003년 환경상에 임명되면서 처음 각료가 됐다. 한동안 오키나와·북방영토(쿠릴 4개섬) 담당 특명장관도 겸임했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1차 집권 때인 2006년 총리 보좌관으로 기용됐고, 이듬해 7월에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방위상에 임명됐다.

그는 2008년 9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가 총리직과 자민당 총재직을 내놓으면서 치러진 후임 총리 겸 총재 선거에 출마했다. 1955년 자민당 창당 이래 여성이 총재 선거에 출마한 것은 처음이었다. 첫 여성 총리 탄생 여부가 관심을 끌었지만 아소 다로(麻生太郞) 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 패배했다. 그는 2010년 자민당 총무회장에 취임했다. 당 3역인 간사장, 총무회장, 정무조사회장에 여성이 기용된 것 역시 처음이었다.

일본 정계에서 ‘첫 여성’ 타이틀을 늘려가며 인지도를 높여가던 고이케 지사는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줄을 잘못 섰다가 큰 타격을 입었다. 아베 총리가 아닌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한 것이다. 그 때문인지 2012년 12월 출범한 2차 아베정권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맡지 못했고, 당 내에서도 존재감이 작아졌다.

하지만 지난 7월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며 부활에 성공했다. 그는 당의 공천을 요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나홀로 출마’를 선언해 자민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자민당은 다른 후보를 공천하면서 고이케 지사에게 등을 돌렸다. 그러나 개표 결과 고이케 지사가 압승을 거뒀고, 자민당은 충격에 빠졌다. 남성 중심의 정치판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도쿄의 첫 여성 수장을 탄생시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성 총리 후보로 거론될 만큼 인기가 치솟았고, 그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설까지 나돌 정도로 주가가 뛰었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가 우익 성향이라는 점은 한국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는 일본 최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소속이며, 환경상으로 재임 중이던 2005년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기도 했다. 2007년 아베 총리의 보좌관으로 일할 때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위안부 결의안’ 채택 저지 활동을 벌였다. 2014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의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