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SLBM 개발에 매달린 것은 SLBM 1발이 가져다주는 정치·군사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밀하게 수중을 항해하면서 기습적으로 적의 핵심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SLBM을 북한이 실전배치하면 북한에 대한 한·미의 군사적 압박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SLBM은 적의 공격을 받은 직후에 발사하는 2차 공격(Second Strike)용이다. 북한이 신포급(2000t) 잠수함에서 발사할 SLBM은 1발에 불과하지만 핵심 표적을 기습타격할 수 있어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해도 한·미 군 당국은 ‘원점타격’에 나서기 쉽지 않다.
SLBM 시험발사를 ‘성공 중의 성공’이라고 자평한 북한은 “핵무기 병기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운반수단 개발에 총력을 집중하라”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핵투발 수단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수단(사거리 3000~3500㎞)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SLBM 시험발사에서 성과를 거둔 북한 입장에서 기술적 증명이 필요한 분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북한은 KN-14(사거리 8000~1만㎞) 등 ICBM에 적용되는 대기권 재진입체를 비롯한 핵심 기술 검증과 SLBM 사거리 연장을 통해 인도처럼 지상·해상 핵투발 수단을 갖춘 ‘중견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김일성·김정일도 이루지 못한 ‘핵보유국 지위’ 확보는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 확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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