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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삼무’에서 ‘삼난의 섬’된 제주

입력 : 2016-09-22 13:54:34 수정 : 2016-09-22 19: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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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관광객 폭증에 난개발… 과부하 걸린 제주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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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과 거지, 대문이 없다고 해서 ‘삼무의 섬’으로 불리던 제주. 하지만 최근 ‘특별자치도·국제자유도시’란 이름도 무색하게 한 주부가 성당에서 기도를 하던 중 중국인 관광객에 의해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제주도가 인구 유입과 관광객 증가로 예전에 없던 일들을 겪고 있는 것은 범죄뿐만 아니다. 온 섬이 쓰레기·하수 처리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교통 대란도 서울 수준이다. 각종 개발과 인구유입, 관광객 증가세를 환경수용 능력이 따라잡지 못해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제주도 주민등록 인구는 8월 말 현재 63만여명으로, 외국인과 관광객까지 합치면 전체 상주인구는 80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20년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받겠다는 제주도가 쓰레기와 악취의 섬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은 날로 포화 상태에 달하고, 하수 유입량도 폭증해 처리장은 사실상 제 기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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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의 전쟁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하루 쓰레기 발생량이 2010년 638.8t에서 2015년 1161.1t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1.35㎏(2013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 0.95㎏보다 43.6%가 많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유입 인구가 매월 1000여명씩 증가하고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회용품 사용량 증가 등 생활패턴의 변화와 개발 사업 등도 쓰레기 발생량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관광객에 의한 쓰레기 발생량은 2010년 하루 84t에서 2013년 165t으로 2배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 중 18.8%는 소각, 25%는 매립, 재활용률은 56.1%로 나타났다. 소각 비율은 2010년 28.1%에서 2015년 18.8%로 줄고, 매립은 2010년 19.1%에서 2015년 25%로 증가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상가 골목에 제때 처리하지 못한 생활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매립을 줄이고, 소각과 재활용률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2005년 전국 최초로 시행한 클린하우스(쓰레기집하장, 2967개소)는 여전히 가연성 쓰레기와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여 버려지고, 혼합 수거로 인해 소각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거 차량이 소각장에서 최소 1시간에서 5시간 이상 대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가연성 쓰레기를 매립하는 등 재활용률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초래되고 있다.

온 섬을 에워싸듯 설치된 쓰레기 매립장 곳곳이 포화상태다. 서귀포시 색달매립장의 경우 사용기간이 2034년까지지만, 예상 포화 시기가 2019년 10월로, 15년 앞당겨졌다. 1997년 조성된 색달매립장은 매립용량이 53만4370㎥지만 현재 매립률이 70%를 넘어섰다.

제주시 서부 매립장도 사용기간이 2024년이지만 내년 2월 포화상태를 예고하고 있다. 제주도내 매립장 10곳 중 시설 확장 매립장을 제외하고 예상 만적시기가 사용기간보다 10년씩 짧아지고 있다. 

제주도가 최근 몇 년 새 폭증한 인구와 관광객, 각종 개발사업에 대비한 쓰레기 처리와 하수도 인프라 부족으로 과부하가 걸렸다. 주민들은 생활 불편과 교통·주거 대란에 신음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노형동 전경. 제주=임성준 기자
윤승언 제주도 생활환경과장은 “날로 배출 쓰레기가 넘쳐나고, 재활용품 혼합 배출에 따른 분리선별 인력·장비·예산 과다 소요, 처리시설 노후화와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쓰레기 매립처분 증가 등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정을 위한 100인 모임’을 결성한 고경실 제주시장은 “‘쓰레기 시장’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시장직을 걸고 쓰레기 감량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자원 절약과 재활용, 쓰레기 자원화로 인식을 전환하고, 섬의 특성을 고려해 싱가포르처럼 매립방식을 친환경 소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제주도가 인구 유입에 따른 쓰레기 발생량 등을 예측하고 미리 중장기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이처럼 쓰레기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회원들이 1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하수처리장 사태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하수 무단방류 바다오염…악취 고통


제주시 도두동 하수처리장 인근 주민들은 코를 찌르는 악취로 고통을 겪고 있다. 횟집 등 음식점과 펜션은 손님의 발길이 끊겨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하수처리장 유입수 과부하에 따른 기능 상실로 기준치를 초과한 배출수가 청정 바다로 무단 방류돼 해양오염과 악취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장 인근 횟집 주인 문모(45)씨는 “수년 전부터 악취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선이 되지 않았다”며 “오염된 바다에서 잡은 생선회를 팔고 있다는 근거없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가 1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하수처리장 사태에 대한 도정의 책임을 묻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연중 200일 넘게 기준치 이상의 하수를 바다에 방류한 점에서 볼 때 이번 사태가 행정의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과 숙박시설 허가를 남발한 것이 원인으로, 환경수용력을 검토하지 않은 행정이 도민 삶의 질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내 하수처리장 중 최대 규모인 제주시 도두동 하수처리장은 하루 13만t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주시내에서 발생하는 하수량의 약 91%를 처리하고 있다. 도두처리장에 유입되는 하수량은 2014년 하루 11만6208t에서 2015년 11만7137t, 올 들어서는 11만9674t으로 급증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발생하수량 증가로 처리 공정별 체류시간이 부족한 데다 분류식 관로정비가 완료된 지역의 정화조 폐쇄로 생활오수 유입, 침출수·음식물 배출수 증가에 따른 유입농도 증가, 순간 정전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겹쳐 안정적인 하수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교통혼잡 서울보다 심하다

제주지역 교통혼잡은 서울 도심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8월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신제주와 공항 입구를 연결하는 도령로의 경우 6월 하루 평균 통행속도가 19.3㎞/h로 서울 도심의 19.6㎞/h보다 느렸다. 퇴근 시간대(오후 5~7시) 통행속도는 14㎞/h로 서울 도심권 평균속도인 18㎞/h보다 4㎞나 느렸다.

제주도 자동차 등록대수는 6월 현재 45만3000대로,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1.9%에 달한다. 전국 평균 3.2%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교통난 심화가 향후 제주지역 성장세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교통악화로 인한 제주도의 청정·쾌적 이미지 손상은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낮추고 기업들의 도내 이전 욕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환경자원순환센터 처리 용량 싸고 논란


제주도가 쓰레기 광역처리시설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립장에 대한 반입량 최소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의 폭증을 장기적 안목에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환경자원순환센터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25만7000㎡ 부지에 조성되는 환경자원순환센터에는 200만㎥ 규모의 매립 시설과 하루 최대 500t을 소각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다. 소각 용량만 놓고 보면 북부광역소각장(하루 최대 200t)보다는 2.5배, 남부광역소각장(하루 최대 60t)에 비해서는 8.3배 더 크다.

매립시설은 올해 11월 착공해 2018년 5월 준공될 예정이다. 소각시설은 한 달 늦게 착공해 2019년 2월부터 가동된다.

환경부는 환경자원순환센터의 시설 가운데 매립시설의 사용 연한을 최대 29년으로 봤지만 제주도는 33년으로 예상했다. 이런 예측대로라면 환경자원순환센터 매립장은 2051년까지 쓸 수 있다.

제주도는 쓰레기 처리 방식이 점차 매립에서 소각으로 전환되는 추세라며, 환경자원순환센터의 매립 용량에는 별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열린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고정식 의원은 “몇년 전만 해도 2030년쯤에야 제주도 인구가 65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봤지만 그 시기가 5~6년은 앞당겨졌다”면서 “과감히 투자해 처리용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환경자원순환센터가 완공되더라도 색달매립장을 예비 소각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각 쓰레기를 제주시와 서귀포시별로 분산 처리해 환경자원순환센터의 조기 포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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