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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엔가입 25돌… 남과 북의 여정과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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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6 23:12:29 수정 : 2016-09-26 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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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9월로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지 정확히 25년이 되었다. 당시 실무자로서 동시가입 문제를 담당했던 필자는 그때의 벅찬 감동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평화애호국으로서 유엔헌장상의 의무를 성실히 준수하겠다고 선언하는 남·북 수석대표의 가입연설을 들으며 베를린 장벽 붕괴와 냉전 종식이라는 세계사의 큰 흐름속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역사적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이 그날의 감회였다.

그로부터 25년 후인 지난주 필자는 대한민국 외교장관으로서 유엔총회 연단에 섰고, 상습적으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북한이 과연 유엔 회원국 자격이 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지난 25년간 전혀 상반된 여정을 걸어온 남북한의 냉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달성한 국제사회의 핵심 중견국으로서 유엔의 3대 목표인 평화·안전, 개발 및 인권 분야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국가로 존중받고 있다.

반면 북한은 유엔에 가입한 지 2년도 안 되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더니, 급기야는 지난 10년간 5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하며 안보리 결의와 유엔의 권위를 철저히 무시하고 조롱하였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핵무장은 북한의 국가노선”이라고 모든 유엔회원국들 앞에서 노골적인 선언을 하기까지 하였다.

필자가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로 다음날 보츠와나 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로 지칭하며 유엔 회원국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유엔총회에서 무려 40여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CTBT) 외교장관회의(43개국), MIKTA 5개국 외교장관회의가 모두 북한규탄 공동성명을 이례적으로 채택한 것은 역대 최강의 안보리 결의 2270호와 더불어 국제사회가 얼마나 단합되어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유엔에서는 ‘지속가능한 평화(sustaining peace)’라는 새로운 개념이 발전하고 있다. 평화구축이 비단 분쟁후에 국한되지 않고 사전과 사후를 포함한 모든 단계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총회에서는 시리아 사례에서 보듯이 인권탄압이 결국 분쟁의 씨앗이 된다는 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인권 문제도 다루어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부상하였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수십 년 내 최악의 홍수 피해에도 홍수 피해 인근 지역에서 감행된 것이었다. 올해 핵실험에 소요된 2억달러면 홍수피해 복구를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민생이나 인권 보호는 안중에도 없는 북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냉전이 끝난 지 사반세기가 넘었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에는 여전히 커다란 도전이 남아 있다. 이러한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뿐 아니라, 한·미동맹의 강화와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그동안 자랑스러운 성취의 기록을 써온 우리는 유엔가입 25주년을 맞아 이러한 도전을 한반도 분단 극복과 지구촌의 평화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외교 노력을 능동적으로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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