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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철도파업, 책무 외면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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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6 23:13:00 수정 : 2016-09-26 2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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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출퇴근 시간대에 서울 도심 정체가 종종 심해지곤 한다. 거북이걸음으로 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부터 차로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경찰 버스 대열이 보인다. 노동계의 파업과 집회에 대비한 행렬이다. 그러잖아도 막히는 도로인데 차선 하나가 덩치 큰 버스들에 점령당했으니 예정보다 도착시간이 늦어지는 건 당연하다.

‘추투’, 가을 노동계의 대규모 파업이 시작됐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주도하고, 공공산업노조연맹 파업을 필두로 전국금융산업노조까지 거리로 나왔다. 27일부터는 코레일과 서울 지하철 운영사 등 공공운수노조가 파업을 이어받는다. 서울에서 지하철 1∼8호선이 동시에 파업하는 것이 12년 만이란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언제 끝날지는 예고되지 않았다. 하루가 될지, 일주일이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 모르는 기간 동안 국민은 지하철이 제때 올까를 걱정하며 이른 아침 집을 나서야 한다. 다행히 고속철도(KTX)와 수도권전동열차, 통근열차는 ‘일단’ 100% 정상 운행된다. 그러나 파업이 길어지면 평소 대비 70%에도 못 미치는 운영 인력의 피로도 등이 높아져 정상운행이 계속될 수 없다. 물류의 동맥인 화물열차는 평시 대비 30% 수준만 다닌다. 한진해운 사태로 바다에서 촉발된 물류대란이 이제 육상으로 번질 태세다.

파업 이유는 성과연봉제다. 성과연봉제는 일한 만큼, 능력을 발휘한 만큼 급여를 차등 지급받는 것이다. 아직도 연공서열식 연봉체계를 지켜야 한다고 파업까지 나서는 공공·금융기관 노조를 보니 좀 그렇다. 물론 노조 측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를 쉽게 가려내 해고하기 위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성과 평가가 무사 공평하다고는 누구도 말을 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래도 연공서열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당위성이 더 크다는 것을 국민은 아는 것 같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 파업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국민의 59.2%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파업이 정당한지 아닌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파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노조의 입장과 권리 또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며, 만일 파업이 잘못된 것이라면 법원의 판단이 있을 것이고, 또 그러면 노조가 책임을 질 것이다. 심각한 것은 대화가 사라진 작금의 대한민국 노사정 문화다. 1년 전 9월 노사정이 이룬 대타협은 4개월 만에 파기됐다. 합의 직후 정부·여당이 노동개혁 5대 입법과 양대 지침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개혁 입법은 국회에서 처리되지도 못했다. 성과도 없이 파탄만 낸 꼴이다. 노사정위원장도 지난 4월 사퇴해버렸다. 이후 노사정 대화의 컨트롤타워는 지금까지 아무 대책 없이 빈자리로 남아 있다. 정부에 노사 관계를 책임질 인재가 없는 것인지, 의지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엉터리’가 어딨나 싶다. 이게 ‘국민행복’을 찾아주겠다던 현 정부의 민낯인가. 파업은 노조가 시작했지만 정부가 끝내야 한다.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와 설득에 나서란 얘기다. 그게 정부의 책무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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