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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의 생생한 기록'고대일록' 번역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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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9 16:04:28 수정 : 2016-10-19 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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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의 참혹한 상황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백성들의 역경이 생생하게 기록된 ‘고대일록’(孤臺日錄)이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고대일록은 1986년에야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져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임진왜란의 참상과 선조·광해군 시대 사회상을 가장 현실감 있게 접할 수 있는 기록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 책은 경상도 함양에서 초유사 김성일의 소모유사, 의병장 김면의 소모종사관으로 활약한 정경운(호:孤臺)이 임진왜란 발발(1592년)부터 광해군 원년(1609년)까지 18년 동안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삶을 일기형식으로 썼다. 

특히 그날그날 겪은 저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일의 배경이 되거나 사건·인물과 연관된 다양한 자료를 함께 수록하여 생동감과 현장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 전란 상황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여건과 백성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는 데서 그 가치가 크다는 전언이다.

책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 2권에는 임진왜란 중 의병으로 활약한 저자의 체험, 전쟁양상, 고관·장수들의 행태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3권, 4권에는 전쟁이 끝난 후 선조말에서 광해군 초기까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삶, 정국의 혼란상, 선비사회의 갈등 등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특히 향촌 선비로서 전쟁을 직접 겪으면서 기록한 내용은 독자로 하여금 그 당시 백성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생생하게 피부에 와 닿게 한다는 설명이다.

‘처가 식구들이 굶어 죽은 이야기’, ‘큰딸이 절개를 지키다가 왜적에게 살해당한 이야기’, ‘왜적을 피해 산골짜기로 숨어 다닌 이야기’, ‘명나라 군사들의 횡포’ 등을 통해 임진왜란 7년간 우리 선조들이 겪은 고난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선조, 광해군, 이순신, 원균, 권율, 김시민, 이원익 등 우리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행적과 이들을 바라보는 백성의 시각도 가감 없이 서술되어 있다.

김시민이 전사한 뒤 ‘진주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밤새도록 소리 지르고 울어서 마치 부모상을 당한 것과 같았다’라고 기술하였고, 이원익이 체찰사로 부임하니 ‘백성들은 봉황이 나타나서 세상을 복되게 하는 것으로 여겼다’라고 민심을 전하고 있다.

또 당시 무능하고 부패한 조정신하들의 행태를 보면서 ‘썩은 나무가 정사를 맡아 행하고, 걸어 다니는 송장이 권력을 휘두르니 불행이 가깝고도 가깝구나’라고 한탄했다.

고대일록 원본은 소실되고 정경운의 후손에 의해 필사된 책만 전해온다.

책의 분량이 방대하고 비교적 근래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번역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번에 출간된 번역본은 40여년을 교직에 몸담았던 문인채씨가 번역작업을 하였으나 급작스럽게 별세하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다행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근무하는 문희구씨가 선친의 유품에서 번역원고를 발견하고 다듬고 손보아 이번에 출간하게 됐다.

부자(父子)가 함께 7년여 작업 끝에 출간한 고대일록 번역본은 서해문집에서 기획한 ‘오래된 책방’ 시리즈의 19번째 작품이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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