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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불복 시사' 발언… 의도와 파장은

입력 : 2016-10-20 18:23:54 수정 : 2016-12-02 15: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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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색 짙어가는 트럼프 또 폭탄 발언… 언론 “민주주의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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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19일(현지시간) ‘대선 결과 불복’ 시사 발언으로 대선 정국에 파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대선 불복 시사 발언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상황에서 내놓은 마지막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20일도 안 남은 대선 막판에 지지층 결집을 노린 의도적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클린턴이 언론과 짜고 대선을 불공정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선거 불복 발언은 그 연장선에서 나온 폭탄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앞서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도 곧잘 경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며 공화당전국위원회(RNC)를 압박했다.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 대선 패배를 즉각 수용하지 않은 사례는 딱 한 차례 있었다.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앨 고어 부통령은 대선 이후 패배를 인정했다가 플로리다주에서 개표 논란이 일자 입장을 번복한 뒤 한동안 버텼다. 결국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 개표 논란을 중단시키는 판결을 내리자 고어는 결과에 승복했다. 트럼프처럼 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패배하면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 언론은 대부분 마지막 회생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트럼프가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캠프의 켈리언 콘웨이 본부장이 토론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승리할 것이기 때문에 대선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CNN방송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단 한 차례도 경험하지 못한 재앙과도 같은 답변을 트럼프가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CNN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와 공화당 인사들이 대선 결과 승복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트럼프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답변을 내놓으며 대선 의제를 집어삼켰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터넷판 사설에서 “트럼프는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 자신을 좀 더 잘 통제했지만, 선거 결과 승복 여부에 답변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유권자들의 지성을 모욕한 데서 나아가 민주주의 자체를 모욕했다”며 “(트럼프는 승복을 거부하는 발언으로) 대통령직에 전반적으로 부적합함을 보이는 마지막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보수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의 발언을 겨냥해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에 대한 도전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토론 초반만 해도 진지한 답변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싸움닭으로 되돌아갔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사회보장세와 관련한 발언을 이어가자 중간에 끼어들며 ‘정말 형편없는 여자’(such a nasty woman)라는 막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클린턴은 “핵 버튼을 누른 뒤 발사되는 데는 4분밖에 안 걸린다. 트럼프처럼 믿을 수 없는 사람이 (핵 버튼을 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트럼프가 핵무장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맞받았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며 “한 4성장군은 FBI(연방수사국)에서 거짓말을 해서 5년이나 수감돼 있었다”며 “그러나 힐러리는 3만3000개의 이메일을 고의로 삭제하고, 수백번의 거짓말을 했는데도 미국 대선에 출마했다”고 공격했다. “힐러리는 범죄자인데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고도 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맨해튼 빌딩 신축에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고서도 중국과 멕시코가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훔쳤다고 주장한다”면서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최근 불거진 자신의 과거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저는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아내에게조차 사과하지 않았다. 만난 적도 없는 여성들이다. 클린턴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하도록)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2차 토론 때와 똑같이 형식적인 악수도 하지 않은 채 토론을 시작했고 토론이 끝난 후에도 악수는 물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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