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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노를 저어라, 꿈이 허락된 세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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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4 14:00:00 수정 : 2016-11-23 22: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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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 찾아나선 ‘율도국’ 전북 부안 위도
격포항을 출발한 배에서 바라 본 위도. 위도는 수산물이 많이 잡혀 재물이 많이 모였던 곳이다. 조선시대 혁명가 허균은 변산에서 보이는 위도를 바라보며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국가 율도국을 설계했을지도 모른다.
바다 건너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하나. 서해의 평범한 섬 중 하나일 뿐이다. 그나마 뭍에서 바라보면 날이 좋을 때 섬의 모습이 보이니, 많이 외롭지 않은 섬일 듯싶다.

그냥 섬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겐 유토피아를 꿈꾸게 한 곳이었다. 다른 사람의 재물을 욕심내지 않아도, 누구든 일한 만큼 행복해질 수 있는 이상향의 땅을 이 섬을 바라보며 꿈꾼 것이다.

공주목사로 재직하다 파직당한 뒤 전북 부안에 정사암이란 정자를 짓고 칩거에 들어간 허균은 ‘홍길동전’ 집필에 몰두했다. 높낮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 조선시대 혁명가 허균에게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 있는 이 섬은 자신이 꿈꾸던 율도국의 모델로 다가왔다.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15㎞가량 떨어진 위도를 허균이 갔다 왔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풍부한 수산물과 멋진 풍광에 대해선 충분히 전해들었을 것이다. 혁명을 도모했던 허균은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변산에서 보이는 물자가 풍부한 작은 섬을 바라보며 자신이 꿈꾸던 이상국가를 설계했을지 모른다.
격포항을 출발한 배에서 바라 본 위도.
이맘때 뱃길은 해무가 심하다. 아침 첫배를 타고 격포항을 출발한 후 40분쯤 지나자 구름 위에 붕 떠 있는 듯한 산 정상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율도국이라면 이 정도 신비감은 기본이라는 듯 헛것을 본 것인지, 진짜 산봉우리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얼마 더 가자 위도가 제 모습을 보인다. 하나의 섬이 아니다. 배에서만 봐도 위도 주변으로 여러 섬들이 보인다. 식도, 정금도, 상왕등도, 하왕등도 등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곳이 위도다. 위도는 생긴 모양이 고슴도치와 닮았다고 해서 ‘고슴도치 위(蝟)’자를 쓴다. 최근엔 고려 때 이곳을 찾은 송나라 사신이 위도에 자생하는 소나무 잎이 고슴도치 가시를 닮았다는 기록을 남긴 데서 연유했다는 얘기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해풍이 강한 위도의 소나무는 곧게 자라지 못하고 솔잎도 작고 억센 특징이 있다.
위도의 빨간 버스를 타면 섬의 역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위도는 작은 섬이 아니기에 차를 가지고 입도할 수 있다. 차가 없더라도 위도 선착장에 내리면 빨간 버스가 여행객을 맞는다. 버스기사는 위도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고, 풍광이 멋진 곳에선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잠시 멈춰 시간을 주면서 섬을 한 바퀴 돈다.
전북 부안 위도 파장금선착장에서 출발해 위도해변을 지나면 해안도로가 이어지는데 갯벌이 많은 검은 서해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서해 먼바다 방향으로 펼쳐진 위도의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해안도로 초입에 들어서면 양편으로 해안선이 툭 튀어나온 악어바위를 볼 수 있다.
위도 선착장은 파장금선착장이다. 위도엔 파장금 외에도 정금, 논금, 미영금 등 ‘금(金)’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그만큼 수산물이 많이 잡혀 재물이 많이 모였던 곳이었기에 이런 지명이 붙었다. 특히 조기의 황금어장이었던 칠산어장의 중심이 바로 위도다. 작은 섬이지만 재물이 풍부하고 주민들도 여유롭게 살았던 곳이기에 허균도 이상향으로 이곳을 꼽았으리라 싶다.
1960∼70년까지만 해도 위도에서 열리던 조기 파시(풍어기에 열리는 생선시장)는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서해 3대 파시로 불렸다. 일제강점기 때 위도는 전남 영광에 속했는데, 칠산어장에서 잡힌 조기들을 법성포에서 말린 것이 영광 굴비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위도해변을 지나면 해안도로가 이어지는데 갯벌이 많은 검은 서해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서해 먼바다 방향으로 펼쳐진 위도의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거무튀튀한 서해의 바다를 생각해선 안 된다. 해안도로 초입에 들어서면 양편으로 해안선이 툭 튀어나온 악어바위들을 볼 수 있다. 왼편이 수놈이고, 오른편이 암놈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지층들이 드러나 있다. 부안 채석강과 같은 시기에 형성된 지형이다.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 대장 노릇을 하는 위도에서 바라 본 거륜도. 거륜도는 섬이 수레바퀴 모양과 같다고 해 붙여졌는데, 단 한 가구만 거주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 아리울펜션에 이르면 거륜도와 내조도, 중조도 등의 풍경을 담을 수 있다. 거륜도는 섬이 수레바퀴 모양과 같다고 해 붙여졌는데, 단 한 가구만 거주하고 있다.

좀 더 차를 몰아 가면 살막금이다. 부안쪽으로 일출을 먼바다 쪽으로 일몰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공사 중인데, 내년 봄쯤이면 이곳에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된다. 살막금 인근 마을엔 띠뱃놀이 전수관이 조성돼 있다.
대리항의 띠뱃놀이 기념비석.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위도 띠뱃놀이 모형.
어민의 안녕과 만선을 기원하기 위해 지속된 풍습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지역민들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지만 위도 주변에 대규모 해상 풍력단지가 조성될 예정으로 근근이 유지되던 칠산어장의 명성이 사라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길이 달라지면 물고기는 찾지 않게 될 테니 말이다.
부안댐을 가는 길은 산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차를 몰고가다보면 중간에 암벽과 단풍이 만든 풍광에 자연스레 멈추게된다. 바위 규모들이 꽤 큼직해 외국 유명 트레킹길들에서 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위도를 나와 격포항에 도착하면 부안댐을 들리자. 서울로 간다면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가는 방향이다. 산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암벽과 단풍이 만든 풍광에 자연스레 차를 멈추게 된다. 길 중간인데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바위 규모들이 꽤 큼직하다. 외국 유명 트랙에서 보는 듯한 풍경이 펼쳐져 나만의 가을 풍경으로 새기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장소다.

위도(부안)=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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