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항을 출발한 배에서 바라 본 위도. 위도는 수산물이 많이 잡혀 재물이 많이 모였던 곳이다. 조선시대 혁명가 허균은 변산에서 보이는 위도를 바라보며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국가 율도국을 설계했을지도 모른다. |
그냥 섬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겐 유토피아를 꿈꾸게 한 곳이었다. 다른 사람의 재물을 욕심내지 않아도, 누구든 일한 만큼 행복해질 수 있는 이상향의 땅을 이 섬을 바라보며 꿈꾼 것이다.
공주목사로 재직하다 파직당한 뒤 전북 부안에 정사암이란 정자를 짓고 칩거에 들어간 허균은 ‘홍길동전’ 집필에 몰두했다. 높낮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 조선시대 혁명가 허균에게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 있는 이 섬은 자신이 꿈꾸던 율도국의 모델로 다가왔다.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15㎞가량 떨어진 위도를 허균이 갔다 왔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풍부한 수산물과 멋진 풍광에 대해선 충분히 전해들었을 것이다. 혁명을 도모했던 허균은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변산에서 보이는 물자가 풍부한 작은 섬을 바라보며 자신이 꿈꾸던 이상국가를 설계했을지 모른다.
격포항을 출발한 배에서 바라 본 위도. |
얼마 더 가자 위도가 제 모습을 보인다. 하나의 섬이 아니다. 배에서만 봐도 위도 주변으로 여러 섬들이 보인다. 식도, 정금도, 상왕등도, 하왕등도 등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곳이 위도다. 위도는 생긴 모양이 고슴도치와 닮았다고 해서 ‘고슴도치 위(蝟)’자를 쓴다. 최근엔 고려 때 이곳을 찾은 송나라 사신이 위도에 자생하는 소나무 잎이 고슴도치 가시를 닮았다는 기록을 남긴 데서 연유했다는 얘기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해풍이 강한 위도의 소나무는 곧게 자라지 못하고 솔잎도 작고 억센 특징이 있다.
위도의 빨간 버스를 타면 섬의 역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전북 부안 위도 파장금선착장에서 출발해 위도해변을 지나면 해안도로가 이어지는데 갯벌이 많은 검은 서해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서해 먼바다 방향으로 펼쳐진 위도의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해안도로 초입에 들어서면 양편으로 해안선이 툭 튀어나온 악어바위를 볼 수 있다. |
선착장에서 출발해 위도해변을 지나면 해안도로가 이어지는데 갯벌이 많은 검은 서해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서해 먼바다 방향으로 펼쳐진 위도의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거무튀튀한 서해의 바다를 생각해선 안 된다. 해안도로 초입에 들어서면 양편으로 해안선이 툭 튀어나온 악어바위들을 볼 수 있다. 왼편이 수놈이고, 오른편이 암놈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지층들이 드러나 있다. 부안 채석강과 같은 시기에 형성된 지형이다.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 대장 노릇을 하는 위도에서 바라 본 거륜도. 거륜도는 섬이 수레바퀴 모양과 같다고 해 붙여졌는데, 단 한 가구만 거주하고 있다. |
좀 더 차를 몰아 가면 살막금이다. 부안쪽으로 일출을 먼바다 쪽으로 일몰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공사 중인데, 내년 봄쯤이면 이곳에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된다. 살막금 인근 마을엔 띠뱃놀이 전수관이 조성돼 있다.
대리항의 띠뱃놀이 기념비석. |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위도 띠뱃놀이 모형. |
부안댐을 가는 길은 산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차를 몰고가다보면 중간에 암벽과 단풍이 만든 풍광에 자연스레 멈추게된다. 바위 규모들이 꽤 큼직해 외국 유명 트레킹길들에서 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
위도(부안)=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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