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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파이터' 김보성, 그의 무대를 주목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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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5 16:46:58 수정 : 2016-12-05 16: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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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현세 작품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기억하십니까.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오혜성은 자신을 처음으로 아껴준 엄지를 위해 최고의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킵니다. 운명의 장난으로 이미 타인(동탁)의 아내가 된 엄지. 오혜성은 눈물을 머금고 경기를 포기하면서까지 엄지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 놓습니다. 그 대가로 오혜성은 장님이 되고 엄지는 미치고 맙니다. 우리는 이 한편의 이야기를 비극이 아닌 가슴 시린 ‘현실 동화’로 기억합니다.

종합격투기 선수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탤런트 김보성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로드FC 압구정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얼핏 어둡게만 보이는 스토리가 절절하게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은 오혜성의 희생정신 덕분입니다. 스포츠가 그저 돈을 좇는 수단이 아닌, 남을 위한 따뜻한 배려로 승화될 때 스포츠 본연의 숭고함은 배가 됩니다. 여기 적지 않은 나이에 야수들이 득시글대는 링으로 올라선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서입니다. 그는 바로 ‘의리의 사나이’로 유명한 배우 김보성(50)입니다.

김보성은 오는 10일 열리는 ‘XIAOMI ROAD FC 035’에서 일본 유도선수 출신인 곤도 데쓰오(48)와 맞붙습니다. 데쓰오는 공식 전적 17전 3승 14패인 프로 격투기 선수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그간 남자다운 이미지를 고수해 온 김보성의 입장에선 잃을 것이 많은 대결입니다. 그러나 김보성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김보성은 “그동안 기부와 봉사활동 등을 했지만 혼자서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쉽지 않았다”며 “로드FC 측에서 입장 수익 전액을 소아암 어린이를 돕는 데 쓰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먼저 제안했다. 파이트 머니를 모두 기부할 생각인데 온몸을 던져 나눔 문화를 전파할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의리’만으로 뛰어들기에 프로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김보성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김보성은 매일 체력훈련과 스파링 훈련을 거르지 않고 있지만 온 몸이 성한 데가 없어 걱정이 앞섭니다. 김보성은 “타격에는 예전부터 자신 있었는데 훈련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겸손해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나이가 있어서 머리를 맞으면 두통이 온다. 팔꿈치 부상도 심각해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끝까지 치지 못하고 훅밖에 안된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펀치력들은 파이터들도 인정해준다. 타격으로 제대로 한 방만 맞추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김보성이 영화 ‘투캅스’, ‘깡패수업’ 시리즈에 출연하며 왕년의 액션배우로 이름을 날렸지만 쉰 살의 나이는 분명 발목을 잡을 겁니다. 그럼에도 김보성의 도전이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최근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음주 운전을 비롯해 스포츠계는 스타들의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돈과 명예를 손에 넣은 선수들의 방종은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러나 프로 선수도 아닌 배우 김보성이 스포츠 정신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숭고한 목적을 위해 편법 없는 땀을 흘리는 모습에 온정의 시선이 쏟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경기의 VVIP석(50만원)은 이미 매진돼 수익금이 1억원을 넘겼습니다.

김보성은 왼쪽 눈을 실명한 6급 시각 장애인입니다. 과거 친구를 구하려 1대 13으로 격투를 벌이다 다쳤다고 합니다. 여러 불리한 조건 속에서 싸우는 김보성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따뜻한 ‘현실 동화’를 예약해 놓았습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불사를 수 있는 용기가 점철된 한 판 승부를 단순한 이벤트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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