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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속도내던 러·일 ‘경협·영유권 빅딜’ 없던 일 되나

입력 : 2016-12-05 20:41:28 수정 : 2016-12-05 20: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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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양보없이 경제에만 관심 / 일본 ‘먹튀’ 우려 목소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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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 동안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러시아와 일본의 ‘빅딜’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본이 경제협력 카드를 내밀어 러시아로부터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려 했으나 러시아가 경제문제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어 ‘먹튀’(먹고 튀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15∼16일 일본을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영토 반환 협상의 성과를 거두려 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한껏 고조된 국민의 기대감을 진정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회심의 카드 ‘경제협력’

러시아는 2014년 2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일본도 이 제재에 동참하고 있었다. 재집권 후 재임 중 쿠릴 4개섬 문제 해결을 추진해 온 아베 총리도 러시아와의 대화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정체돼 있던 쿠릴 4개섬 협상은 지난 5월 아베 총리가 러시아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쿠릴 4개섬에서의 ‘공동경제활동’을 제안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공동 경제활동은 러시아 측이 예전부터 요구해 온 사안이었다. 일본이 러시아의 경제 분야 요구를 들어줬으니, 영토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양보해 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교도통신은 일본이 제안한 사업이 1조엔(약 10조2900억원)을 넘는 규모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일본의 접근은 환영할 일이었다. 서방의 경제 제재뿐 아니라 원유 가격 하락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고, 일본의 이탈로 대러 제재의 결속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얻을 게 많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을 만나러 러시아를 방문하려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아베 총리는 “일본은 영토 문제도 중요하다”며 고집을 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1855년 러·일 통상우호조약을 근거로 해당 섬들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조약(1951년)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맞서고 있다. 그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위한 양국 간 ‘평화조약’도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쿠릴 4개섬 문제 해결이 평화조약의 전제조건이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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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뒤엎은 ‘트럼프 변수’


러·일 간 경제협력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쿠릴 4개섬 협상에서도 일본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 5월과 9월 푸틴 대통령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한 뒤 아베 총리가 밝은 표정으로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분위기에 일조했다. 일본 내에서는 ‘협상의 진전’ 수준이 아니라 ‘4개섬 일괄 반환’인지 아니면 ‘2개섬 우선 반환 후 나머지 2개섬 반환’인지가 논의의 중심이 돼 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달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페루 수도 리마를 방문한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올해 들어 3번째 정상회담을 했을 때 흐름이 확 바뀌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쿠릴 4개섬에 대해 “러시아 주권이 있는 영토”라고 밝히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도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그리 간단하지 않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이튿날에는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만나 쿠릴 4개섬 문제 등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최종 조율을 위한 방문이었지만 러시아 측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평화조약과 관련해 “입장차를 극복해 양쪽이 수용 가능한 형태로 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라브로프 외무상은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며 “금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처럼 기대감을 높이는 것은 해결을 어렵게 한다”며 못을 박았다.

러시아의 태도가 이처럼 강경해진 것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미국의 대러 경제제재가 완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러시아가 굳이 영토를 양보하면서까지 일본의 경제협력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가 201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푸틴 대통령이 강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한 이유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고개 드는 러시아의 ‘먹튀’ 우려

일본은 러시아가 영토 협상은 제쳐놓고 경제협력에만 관심이 있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서기도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5월 일본이 제안한 8개 항목의 경제협력 계획에 대해 러시아의 각료가 연이어 일본을 방문했고, 최근 작업계획의 정리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일본이 발을 빼면 향후 쿠릴 4개섬 협상은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제협력 문제는 일단 추진하면서 영토 문제도 지속적으로 협상하겠다는 게 일본의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움직임을 보면 일본의 기대와 점점 더 멀어지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지난달 쿠릴 4개섬 중 2곳에 첨단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며 군사 거점화에 나섰다. 또 사할린주는 쿠릴 4개섬 중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와 시코탄 2개 섬을 헬기로 연결하는 정기노선을 개설하기로 했다. 이는 실효지배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러시아가 일본의 투자만 쏙 빼먹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5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2∼4일 실시) 결과 푸틴 대통령의 방일 때 쿠릴 4개섬 문제가 ‘해결을 향할 것’이라는 응답은 13%에 그친 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81%에 달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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