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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책] 인간의 탐욕에 황폐화된 사회… 희망 찾는 노인과 소년의 여정

입력 : 2017-01-21 03:00:00 수정 : 2017-01-20 20: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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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글/김명석 그림/어린이 작가정신/1만1000원
노인과 소년/박완서 글/김명석 그림/어린이 작가정신/1만1000원


노인과 아이가 정처없이 길을 걷는다. 그들이 걷는 길은 황폐하고 낯설어서 마치 세상 끝에 다가선 듯하다. 그들이 길을 떠난 이유는 단 한가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 일이다. 인간의 욕심과 무지가 불러온 전염병이 노인과 소년만 남기고 모든 것을 휩쓸어갔기 때문이다. 살던 땅을 잃은 절망과 슬픔 속에서 노인과 아이는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는다.

코는 무뎌지고 심장은 딱딱해진 노인은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삶의 근본마저 빼앗긴 어린 소년을 위해서다. 마음에 티끌만큼의 때조차 묻지 않은 순진무결한 아이가 살아야 할 곳은 전염병이 휩쓴 고장도, 거짓된 말과 위선으로 가득 찬 사회도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은 순수함과 풍요로운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참된 곳에서 아이가 미래를 펼칠 수 있도록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타는 듯한 노을이 빨갛게 세상을 물들일 해질녘. 노인과 손년의 눈앞에 새로운 고장이 나타난다. 그런데 아이는 새로운 고장에 다가서는 것을 주저한다. 아이는 노인이 맡지 못한 책 타는 냄새를 맡고,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독을 알아챈다. 참된 말이 적힌 책을 태워 공장을 돌려 돈을 벌고, 모든 먹을 것에 사람을 죽이는 독이 들어 있다. 순수한 아이의 시선에서 본 새로운 고장은 인간들에 의해 자연마저 파괴된 해로운 고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자연의 잘못이 아니라 어리석고 겁 없는 인간들이 저지른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잘못 또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고장으로 다가간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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