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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혼모노 논란이 뭐길래

입력 : 2017-01-24 13:19:30 수정 : 2017-01-24 15: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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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국내 극장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일 개봉한 '너의 이름은.'은 '제2의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국내에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흥행에 대한 부작용일까. '너의 이름은.'은 '혼모노(本物)'라는 신조어를 부상시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혼모노는 어떤 한 분야에 열성적으로 파고드는 '오타쿠'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에 피해까지 주는 '민폐' 팬들을 지칭한다. 작품 상영이나 공연 중 다른 관객으로부터 방해를 받는다는 뜻의 '관크(관람방해)' 유형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혼모노 논란은 '너의 이름은.'을 보러 극장에 온 일부 열성팬들이 영화 상영 중 주제가를 따라부르거나, 주인공과 감독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고, 심지어 효과음을 미리 내는 등 다른 관객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제보가 속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만원이 훌쩍 넘는 티켓값을 지불하고 영화를 보러 왔는데, 혼모노들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몹시 불쾌했다는 등 후기가 올라오며 이들을 질타하는 여론이 온라인상에 조성된 것.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전작 '별의 목소리'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을 통해 일본뿐 아니라 세계 수많은 오타쿠를 양산한 스타감독이다. 게다가 '너의 이름은.'은 국내 개봉에 앞서 일본에서만 16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중국·유럽·동남아 등 해외 박스오피스까지 평정하며 입소문이 자자했던 작품. 신카이 감독 특유의 세계관과 더불어 대중성 있는 스토리,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일본의 인기밴드 래드윔프스의 OST가 어우러져 영화팬들의 재관람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작품만 놓고 보면 왜 이런 행동이 나왔는지 일견 이해는 가지만, 혼모노들의 경우 도를 넘어섰다는 게 문제다. 



혼모노란 용어가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례로 수많은 덕후들을 양산한 일본의 TV만화 시리즈 '러브 라이브!'가 2015년 9월 '러브 라이브! 더 스쿨 아이돌 무비'란 극장판으로 상영됐는데 당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주제가를 따라부른 관객들이 있었다거나, 영화 속 "쌀밥을 먹고 싶다"는 대사 때문에 스크린을 향해 '햇반'을 던졌다는 일명 '럽폭도'들의 전설적인 일화가 전해진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끈 작품은 아니었기에 혼모노 논란이 큰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최근 몇년 동안 오타쿠는 한국에서 오덕, 혹은 덕후라는 말로 변형됐고 이는 직업의 전문성으로 이어져, '능덕(능력있는 덕후)', '성덕(성공한 덕후)', '덕업일치(덕후가 직업으로 이어지는 것)' 등의 신조어를 낳으며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혼모노 논란이 이런 덕후 문화에 찬물을 끼얹으며 부정적인 인식을 낳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일각에서는 '신카이 월드'의 덕후들이 자신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일부 극성팬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혼모노란 말이 유행하게 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어찌 됐든 혼모노는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지고 있는 만큼 그들이 애정을 쏟는 '너의 이름은.' 작품 자체에도 피해를 주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커 보인다. 

혼모노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한 누리꾼은 "이들은 작품에 대한 애정 혹은 애교로 봐줄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며 "개인의 이기심에 비롯된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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