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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의 비애… "혹한기 난로 하나 없이 폭언 들으며 일해"

입력 : 2017-01-24 13:35:56 수정 : 2017-01-24 15: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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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원에겐 유니폼 무상 지급, 기사는 자비 구매
본인의 잘못과 무관한 폭언, 욕설 듣는 경우 많아
"택배기사로 2년만 일하면 손발가락에 관절염이 생길 정도로 몸이 상한다. 하지만 혹한기에는 난로 하나, 혹서기에는 선풍기조차 없는 야외에서 일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과 참여연대 등은 2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과 노동실태를 공개했다.

박대희 택배노조 사무처장은 "영하 15도 가까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목장갑만을 끼고 하루 5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것이 택배기사들의 현실"이라며 "365일 중 310일 가까이 일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기사들이 책임을 떠안게 된다"고 호소했다.

지난 8일 택배노동자들은 사실상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열악한 환경으로 몰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꾸렸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고생한다는 말들은 많이 하신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말해주는 사람들은 없었다"며 "이런 부분들을 우리 손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 뭉쳤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CJ대한통운, 로젠, KG, 한진, 롯데 등 택배회사 소속 기사 37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근무 현장과 노동실태를 파악했다.

조사결과 택배회사 정직원에게는 무상 지급되는 벌당 1~2만원 상당의 유니폼을 기사들은 자비로 구입해야 했다.

택배회사 가운데서는 기사들을 상대로 화장실 청소비용을 청구하는 곳도 있었다. 기사들은 개인 차량에 회사 로고를 도색하도록 사실상 강요받기도 했다.

기사들이 수취인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폭언을 듣는 경우도 많았다. 설문 응답자의 약 60%는 본인의 잘못과 관계없는 욕설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기사들은 육두문자는 기본이고 "그렇게 사니까 택배 찌끄레기인 거다"라는 등의 인격 모독성 발언까지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 사무처장은 "택배기사들은 사실상 고용 노동자이지만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당한 휴일조차 보장 받지 못한다"며 "병가를 써본 적이 없는 택배기사가 11%, 경조사나 휴가를 챙겨본 적 없다는 이들이 34%에 이르고 있는 조사결과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들의 열악한 환경과 대조적으로 택배회사의 이익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택배산업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2조2577억원으로 전년 대비 9.83% 증가했다.

아울러 택배 평균단가는 지난해 기준 2392원 수준으로 낮아져 점차 회사의 수익 폭은 늘고 택배기사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택배회사들은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거나 원청업체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의 경우에도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통해 개선을 추진하고 위법한 사업자가 있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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