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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한우·굴비세트의 ‘눈물’

입력 : 2017-01-24 21:31:00 수정 : 2017-01-24 2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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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에 판로 막힌 농어민… 값싼 수입산만 득세 새해 벽두부터 국회 앞이 시끄럽다. 설(1월28일) 명절을 앞두고 ‘부정청탁금지법’ 대상에서 농수축산물을 제외시켜달라는 한우농가의 시위 탓이다.

전국 한우협회는 지난 18일부터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부정청탁금지법’ 전면 개정을 위한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한우협회 황엽 전무는 “한우는 5만원으론 선물 가치가 없어 명절 선물에서 아예 제외되고 있다. 김영란법은 개정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탁금지법’으로 매출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건 한우농가다. 명절 선물세트 전통의 강자 한우가 올 설 백화점 선물세트 매출에서 2위로 밀려났다. 청과, 굴비 등 고급 선물세트의 대명사인 품목들도 인기가 시들해졌다. 재고 처리에 비상이 걸린 백화점들은 떨이 세일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한우, 굴비 등 선물세트 100여 개 품목을 정상가 대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설 선물세트에서 우리 한우가 외면받는 사이 수입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 이번 설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5만원 이하 상품 발굴에 전념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수입산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며 “수량과 원가를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수산물과 과일도 수입산 일색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선식품 선물세트 수입산 품목을 2015년 18개, 지난해 21개에 이어 올해 33개까지 꾸준히 늘렸다. 특히 연어 한 가지에 불과했던 수입산 수산식품을 올해는 갈치와 새우, 명란, 참조기 등 총 5가지로 확대했다. 수입산 설 선물세트의 매출도 급격히 올라갈 전망이다. 2015년 24.5와 지난해 66.6를 기록했지만 올해 설에는 200에 이를 것으로 신세계백화점은 예측했다.

반면 국내산 명절 선물 매출 증가폭은 4.5에 그칠 것으로 봤다.

롯데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도양 새우’, ‘뉴질랜드 순살갈치’,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 ‘러시아 명란세트’, ‘페루 애플망고’ 등 국적도 다양하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해외에서 물 건너온 수입산 선물세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그간 ‘명절 선물’ 특성상 소비자가 국내산을 고집했던 생선·육류·과일 등 신선식품에서 외국산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외국산 수산물과 쇠고기에 눈을 돌리는 사이 우리 먹거리는 설 땅을 잃고 있다. 사회를 맑게 한다는 법 취지속에 정부를 향한 농가의 볼멘소리는 연일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래서일까. 정부와 새누리당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시행령에 명시돼 있는 3·5·10(식사·선물·경조사비)만원의 한도 등을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김영란법으로 농축산 농가 등의 어려움이 크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신년 업무보고에서 “3만(식사)·5만(선물)·10만원(경조사) 가액 한도가 절대불변의 진리는 아니다”며 보완 방침을 시사했다. 권익위가 시행 넉 달도 안 돼 보완 운운한 것은 법의 하자를 자인한 셈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너도나도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 손을 대기 시작했다. 법을 한번 고치면 또다시 고치기는 어렵다.

탄력적인 운용의 묘를 기대한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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