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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공장 알친 구해요"…궂은일 찾아 헤매는 '알바청춘'

입력 : 2017-01-24 20:02:02 수정 : 2017-01-25 08: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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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시대’ 씁쓸한 세밑 풍경… 업주 횡포 대비 일종의 ‘자구책’ / 중도 포기 많아… 업체, 동반 선호 / 알바사이트 게시판 글 수백건… 설 연휴 친척들 눈치·타박 피해 막노동 알아보는 20대도 많아 / 건설 안전교육장 수강생 몰려
군입대를 앞둔 대학생 이모(21)씨는 숙식을 제공하는 공장일을 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아르바이트를 하느니 좀 힘들어도 공장에서 몇 달만 바짝 고생하면 제법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이씨는 ‘알친’(아르바이트 친구)도 찾고 있다. 그는 “누군가 같이 일하면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주변에 같이 일할 친구가 마땅치 않아 인터넷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고된’ 일거리를 찾아나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역대급’ 청년실업의 여파로 평소에 기피했지만 ‘돈되는’ 일자리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알친을 찾는 건 친구와 함께 일하면 일터에서의 부당한 횡포를 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섞여 있어 청년들이 처한 씁쓸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알친 찾습니다”

24일 아르바이트 중개업체인 A사의 ‘알친 찾기’ 게시판을 보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350여건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중개사이트 B사의 ‘알바 같이 해요’ 게시판에도 같은 기간 700여건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생산직 공장’이나 ‘기숙 노가다’를 같이할 또래를 찾는다는 글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힘든 일로 꼽히는 택배일을 같이할 알친을 찾는다는 여성들의 글도 많다.

A사 관계자는 “알친을 구한다는 게시글이 계속 올라와 아예 따로 공간을 만들었다”며 “외지에서 일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나 외로움을 떨칠 수 있어 구직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업체가 ‘친구동반’ 구직자를 선호하기도 한다. 고된 일을 하다 보면 중도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 생산직 구인광고에는 ‘친구동반’ 옵션을 거는 경우가 많다.

알친 찾기는 일종의 ‘자구책’이기도 하다. 함께 일하는 친구가 있으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업체의 횡포에 대비하기가 수월할 거란 생각에서다. 지난해 경기도 안산의 한 공장에서 일한 김모(23)씨는 “낯선 곳에서 혼자 일하는 것보다는 아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처우나 생활면에서 여러모로 낫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2013~15년 접수된 아르바이트 관련 민원 2267건 중 임금체불 민원이 1552건(68.4%)에 달했고, 최저임금 위반(11.1%), 폭행·폭언, 성희롱 등 부당대우(8.4%), 부당해고(5.2%)가 뒤를 이었다.

토킹바 등 ‘밤일’을 같이할 친구를 찾는 여성들도 적지 않은데 수입이 괜찮더라도 유흥업소에서 혼자 일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알바연대 알바노조 관계자는 “홀로 낯선 일을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며 “알친과 일을 나설 때도 근로계약서나 근로조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설이요? 당연히 일해야죠”

또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친척들의 눈치, 타박을 피해 ‘절박하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막노동’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20대도 상당하다. 건설현장 인부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4시간짜리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를 위해서다.

서울 동작구의 한 기초안전보건교육원 관계자는 “휴일이 아무래도 수입이 괜찮다 보니 설에 고향에 내려가기보다 일을 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최근 교육을 들으러 오는 20대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2013년 3만4651명이었던 이 교육 20대 이수자는 지난해 10만명을 넘어섰다.

연휴 3일 동안 대형마트에서 일할 계획이라는 대학생 황현상(28)씨는 “이번 설에 일하겠다는 친구들이 여럿”이라며 “명절이라고 집에 있기보다 한 푼이라도 버는 게 낫지 않나 싶어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창수·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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