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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평생 쉴거야?" 중소기업엔 '용감한 아빠'가 없다

입력 : 2017-01-24 20:05:08 수정 : 2017-01-25 07: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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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용감한 아빠’ 1년새 56% 늘었다 / 지난해 7616명… 전년대비 급증세 / 전체 육아휴직자 중 8.5%에 그쳐… 300인 이상 대기업 절반 이상 차지 / ‘근로시간 단축제’ 중기 중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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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거 아냐?”, “쟤 또XX 아냐?”

4년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남성 육아휴직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에 참여했던 남성들이 직장 동료들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한 명도 없었던 곳에 첫 깃발을 꽂은 남성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험담을 견뎌야 했다. “내 아이를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직접 키우겠다는데 이게 욕 먹을 일인가요? 아빠는 부모 아닌가요?” 면접에 참여한 한 남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여전히 ‘용감한 아빠’, ‘남성 잔다르크’로 불릴 정도로 적은 편이나 지난 3년간 ‘아빠 육아’에 공감하며 동참하는 직장이 늘어나긴 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신모(38)씨는 이러한 변화의 수혜자였다. 그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첫 사례 이후 육아휴직에 나서는 남성이 늘었다. 신씨는 “이미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 동료들이 있어 큰 부담이 없었다”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돼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에 나선 남성은 7616명으로 전년 대비 56.3%나 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 8만9795명 중 남성 휴직자 비율은 8.5%로 전년보다 2.9%포인트 올랐다. 2003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104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대비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의 절반 이상(58.8%)을 차지했고 증가율도 64.9%로 가장 높았다. 규모가 작을수록 차지하는 비율은 적었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이 모든 사업장에서 높게 나타났다. △100인 이상 300인 미만은 전년 대비 49.0% 늘었고 △30인 이상 100인 미만 56.6% △10인 이상 30인 미만 23.8% △10인 미만은 46.2% 증가했다.

2014년부터 시행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아빠의 달’ 이용자 수도 꾸준히 늘었다. 제도 도입 첫해 91명에서 2015년 1345명, 2016년 2703명으로 급증했다. ‘아빠의 달’은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보통 여성이 먼저 육아휴직에 나서는 만큼 남성들이 주로 이용한다.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사용자 수는 276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남성이 378명으로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30인 미만 기업이 전체의 56%를 차지했고 300인 이상 대기업은 20.2%였다.

시간제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짧게 근무하지만 사회보험 가입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시간제 일자리 지원기업은 2013년 319곳에서 지난해 5193곳으로 확대됐다. 다만 이번 조사에 공무원 조직은 제외됐으나 공공기관, 공기업이 포함돼 일반 기업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현장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고용부 김종철 여성고용정책과장은 “공공기관이 포함됐다 해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사업장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며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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