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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트럼프 'TPP 탈퇴', 일본 당황·중국 반색… 한국은

입력 : 2017-01-24 18:48:50 수정 : 2017-01-24 21: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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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중·일… 대책 마련 분주 / 궁지 몰린 아베노믹스…‘일대일로’ 확대 나선 중국 / 당국, 트럼프 보호무역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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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자 일본과 중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은 아베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벼랑 끝에 몰린 것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반면 TPP에서 배제됐던 중국은 쾌재를 부르며 자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24일 “일본 정부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TPP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TPP 탈퇴가 현실화하자 앞일을 예측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 후인 24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팔짱을 낀 채 피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공동경제권인 TPP를 아베노믹스의 핵심으로 여겨왔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전보장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탈퇴로 TPP가 발효되기도 전에 좌초할 위기에 처하면서 아베노믹스가 휘청거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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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는 일본에서 판매가 늘지 않는데, 일본은 자동차를 미국에 수십만대나 수출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자동차 제조사 간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일본의 시장 개방을 강하게 압박할 우려가 있다”며 “생산 체제를 재검토하도록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일본 기업들은 특히 미국이 TPP 탈퇴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교섭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에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멕시코를 생산 거점으로 삼아 미국 시장을 공략해 온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2015년 기준 957개다. 같은해 도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가 멕시코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130만대이며, 이 중 70~80%는 미국 시장에 수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TPP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참의원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TPP의 전략적·경제적 의의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이해를 구해 나갈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은 미국의 TPP 탈퇴를 계기로 RCEP 협상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망이재경(網易財經)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각 나라들이 노력한다면 올해 RCEP 협상 완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CEP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16개국이 추진하는 역내 무역 자유화를 위한 협정이다.

아세안 회원국이자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분쟁국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차이나머니’(중국자본)에 의존하며 친중 노선으로 기운 만큼 RCEP 가도에 걸림돌도 적은 상황이다. RCEP는 관세장벽을 낮추면서도 참여국의 경제 자유화 조치를 요구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개발도상국들이 TPP보다 RCEP를 선호하는 이유다.

중국 경제매체들은 미국의 TPP 탈퇴 선언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확대할 좋은 기회가 도래했다며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관영 신화통신은 “트럼프의 이번 서명은 미국 의회가 아직 승인하지 않아 상징적인 행동으로 보인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다음은 한·미  FTA 재협상?… 위기감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서명 등 ‘통상전쟁’을 예고하면서 다음 타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될지가 관심이다.

취임 전부터 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취임 직후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트럼프의 행보에 한국 정부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더라도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타협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예상보다 강한 보호무역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 NAFTA, TPP, 한·미 FTA를 묶어 ‘일자리를 빼앗는 협상’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어 어떤 형태로든 한·미 FTA에 불똥이 튈 개연성이 크다.

애초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던 우리 통상당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에 잰걸음을 보이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인호 통상차관보는 이번 주 중 미국을 찾아 트럼부 행정부 관계자와 향후 협력 관계를 협의한다. 또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끝나는 대로 장관급 회담을 요청할 방침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양쪽의 일정을 봐서 적절한 시점에 미국에 가서 미국 인사와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것이 한·미 FTA 재협상과 환율조작국 지정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200억달러 이상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주 장관은 “한·미 간 교역에서 흑자가 나는 이유는 미국 경제는 점점 좋아지는 반면 우리는 회복세가 더뎌 수입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라며 한·미 FTA가 상호호혜적인 협상임을 강조했다.

우태희 산업부 차관도 23일 서울 강남구 무역협회에서 전 세계에 파견된 상무관들을 소집해 트럼프 출범 이후 각국의 통상 현안 대응 전략 등을 논의했다. 격년마다 진행되는 상무관 회의는 지난해 이미 개최됐지만 ‘트럼프 리스크’로 우리나라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2년 연속 열렸다.

베이징·도쿄=신동주·우상규 특파원·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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