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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홀로, 함께하는 문화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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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1 01:00:14 수정 : 2017-04-11 13: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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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따로 즐기는 문화 일본서 큰 호응 / 경제·전통 조화 이룬 1인 문화 키워야
일본 도교 시내의 한 공중목욕탕, 어두운 조명 속 한 무리의 사람이 각자 흥겨운 듯 몸을 흔든다. 댄스파티다. 그런데 소리는 전혀 없다. DJ가 선곡하고 틀어주는 음악을 모두 휴대전화를 쓰고 듣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자신의 귀에 들리는 음악에만 몸과 마음을 맡긴다. 땀날 정도로 즐기고 나면 함께 목욕을 하며 여흥을 즐긴다. 집에서 혼자만 듣던 음악을 함께 공유하는 무음 댄스파티다. 일체감을 가지면서도 철저히 자신의 세계는 존중된다. ‘홀로’와 ‘함께’를 결합한 이런 모임이 일본에서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행(혼자 여행 가기) 등 나 홀로 문화가 우리보다 일찍 정착한 일본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이다. 홀로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외롭지는 말자는 것이다. 유사한 관심과 취미를 가진 사람이 함께 모이되 따로 즐기는 새로운 문화다. 자신만의 세계를 철저히 보장받으면서도 이웃 및 주변과 연결되는 느낌을 추구하는 것이다. 개인주의 전통, 그리고 1인 가구 증가로 나타났던 일본의 나 홀로 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생기고 있다. 일본의 1인 가구는 이미 전체 가구의 30%를 넘었다. 식사는 물론 유흥까지 홀로 즐기는 사람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단절이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는 물론 고독사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독신남녀를 위한 식사 도우미, 쇼핑 친구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외로움을 공략하는 업계의 전략이기도 하다.

일본뿐 아니다. 1인 가구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복지제도가 발달한 북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는 그 비율이 40%를 넘었다.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이혼율이 상승하고, 출산이 줄고,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다. 여기에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경기침체로 인한 비정규직 증가 등의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가 세계 곳곳의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소비가 줄고 그 패턴도 바뀐다. 일본의 백화점 매출은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990년대 초 호황기의 60% 수준이다. 반면 ‘솔로 이코노미’는 급성장하고 있다. 개인 소비가 집중되는 편의점 소비는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편의점 수는 5만5000개를 넘었다. 매출도 106조원으로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1인 문화의 파도는 우리 사회에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우리의 1인 가구도 이미 500만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가구의 30%에 접근하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에 따르면 2050년에는 이 비중이 4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 홀로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 유통회사는 일본의 편의점 모델을 벤치마킹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 일본 등 복지국가와 우리의 1인 가구 상황은 사뭇 다르다. 우리의 1인 가구의 45%는 저소득층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1인 문화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경제 상황과 전통에 맞는 1인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공동체와 함께하는 나 홀로 문화가 개발돼야 한다. 일본도 바뀌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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