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남이 써낸 책의 서문은 전투적인 표현으로 가득차 있다. “특기는 흡연. 적에 대한 증오와 인생 냉소, 괴팍함과 육두문자… 님을 향한 그리움을 무기 삼고…” 여기서 ‘님’은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적’은 누군가.
명계남은 대전 PC방에서 60여명의 최초 가입자들이 모인 ‘노사모’ 창립총회에서 대표일꾼(회장)으로 뽑혔다. 이후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을 향해 “우리와 종자가 다르다”고 했고, 노무현정부 때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자 “아홉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 저들의 목을 한꺼번에 쳐내야 한다”고 해 논란의 중심인물이 됐다. 노무현=명계남이고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원조골수 ‘노사모’인 것이다.
그런 명계남(65)씨가 정치판에 다시 등장했다. 흰머리와 흰 수염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초록물고기의 보스처럼. 이번엔 ‘안지사’(안희정을 지지하는 사람들)를 이끌고 있다. 그제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석한 김해 토크쇼에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했다.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그룹은 명계남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 지사가 모를 리 없다. 안 지사 지지도의 급상승엔 중장년층과 보수파의 호감이 섞여 있다. 노무현=명계남=안희정이 되면 장점인 안정감을 해쳐 지지도 상승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행사에서 “계남이 형 사랑해요”라고 했다.
안 지사가 선두 문재인 전 대표에게 “내가 진짜 친노야!”라고 외치고 싶은 걸까. 친노들끼리 전쟁이 시작된 건가.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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