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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에서 말런 브랜도는 중후한 존재감으로, 알 파치노는 패기만만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들롱의 눈빛은 섹시하면서도 깊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최민수는 남저음으로 무게를 잡는다. 영화 ‘초록물고기’에서 조폭 보스로 나온 명계남은 달랐다. 눈빛도 말투도 행동도 야비하다. 타고난 기질이 그래서인가. 어쨌든 깡패의 세계가 비열하다는 것을 그만큼 리얼하게 보여준 배우도 없다.

명계남이 써낸 책의 서문은 전투적인 표현으로 가득차 있다. “특기는 흡연. 적에 대한 증오와 인생 냉소, 괴팍함과 육두문자… 님을 향한 그리움을 무기 삼고…” 여기서 ‘님’은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적’은 누군가.

명계남은 대전 PC방에서 60여명의 최초 가입자들이 모인 ‘노사모’ 창립총회에서 대표일꾼(회장)으로 뽑혔다. 이후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을 향해 “우리와 종자가 다르다”고 했고, 노무현정부 때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자 “아홉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 저들의 목을 한꺼번에 쳐내야 한다”고 해 논란의 중심인물이 됐다. 노무현=명계남이고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원조골수 ‘노사모’인 것이다.

그런 명계남(65)씨가 정치판에 다시 등장했다. 흰머리와 흰 수염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초록물고기의 보스처럼. 이번엔 ‘안지사’(안희정을 지지하는 사람들)를 이끌고 있다. 그제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석한 김해 토크쇼에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했다.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그룹은 명계남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 지사가 모를 리 없다. 안 지사 지지도의 급상승엔 중장년층과 보수파의 호감이 섞여 있다. 노무현=명계남=안희정이 되면 장점인 안정감을 해쳐 지지도 상승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행사에서 “계남이 형 사랑해요”라고 했다.

안 지사가 선두 문재인 전 대표에게 “내가 진짜 친노야!”라고 외치고 싶은 걸까. 친노들끼리 전쟁이 시작된 건가.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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