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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혜택 보는 것은 한국"…말레이 "행태 매우 심각"

입력 : 2017-02-20 18:58:47 수정 : 2017-02-20 22: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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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경찰 수사결과 놓고 북·말레이 격돌 / 말레이 “정부 평판 훼손” 강력 비판 / 강철 대사 “한국, 이번 사건 이용해 사드 배치 강행 시도” 황당한 주장 / 北 대사관선 취재진에 예민 반응 / 金 부검 결과 이르면 22일 나올 듯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갈등 양상을 피해오던 북한과 말레이시아 당국이 20일(이하 현지 시간) 격돌했다.

양측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평양 주재 대사 소환 및 강철 북한 대사 초치(招致) 발표 → 강 대사의 비난 기자회견 →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반박 발언이 이어지면서 공방을 주고받았다.

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 대사가 20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AP=연합뉴스
포문을 먼저 연 것은 말레이시아 측이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평양 주재 대사 소환 등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말레이시아) 정부의 평판을 훼손하려는 (북한의) 근거 없는 시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했다. 이 자료는 강 대사가 외교부에 불려와 청사에 머무르고 있던 시간에 발표됐다.

외교부에서 돌아온 강 대사도 반격에 나섰다. 강 대사는 쿠알라룸푸르 부킷 다만사라의 북한대사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시아 경찰이 회견에서 거짓 주장을 했다”며 “이번 수사가 정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대사는 특히 어이없게도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박근혜 탄핵 사태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거론했다.

피습 당시 재구성 김정남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2청사(KLIA 2)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는 장면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이 일본 TBS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김정남이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에게 독극물 공격을 받은 뒤 공항경찰에게 독극물 공격 피해 내용을 설명하며 현기증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진 김정남이 메디컬 클리닉에서 의료진에 의해 실려나가고 있다.
TBS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그는 “이 사건으로 가장 득을 보는 것은 최대 정치 혼란에 직면한 한국이며, 동시에 이는 미국이 한국과 함께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정치 스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해 북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도 했다.

강 대사는 피살자 신원이 김정남이라는 사실도 부인하려 했다. 그는 사망자에 대해 “우리는 이미 사망자 신원이 여권에 명시된 김철이라고 확인했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인과 용의자의 범죄 혐의를 확인하지 못한 채 우리에 적대적인 세력이 주장하는 사망자의 다른 이름(김정남)에 초점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북한 측이 피살자 신분을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에서 북한 주민 김철로 격하하려는 배경에는 이번 사건과 최고 존엄의 연계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범죄인인도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있고, 북한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멤버도 아니어서 끝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면 진상규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北 대사 기자회견 강철(오른쪽)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20일 쿠알라룸푸르 소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강 대사는 회견 후 도주한 용의자 4명에 대해 묻는 질문에 “용의자라고 보는 근거가 어디 있느냐”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용의자들이 북한에 있느냐는 질문에도 “내게 묻지 말라. 확인해야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대사관은 현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후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전날 오후 10시50분쯤 세계일보 기자가 대사관에 접근해 취재하려고 하자 관계자들은 “어디, 삽살개(가)…”, “야! 가라우! 가!”라는 등 계속 반말로 화를 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 시신 부검 결과가 이르면 22일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부검이 완료돼 결과가 나오는 일반적인 기간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항 2청사(KLIA2)에서 김정남이 살해된 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과 독성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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