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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장안동 택시비 5만8천원이라니"…바가지에 화난 외국인

입력 : 2017-02-21 07:07:55 수정 : 2017-02-21 07: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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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1천8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발 등의 변수 탓에 관광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더구나 이런 정치·외교적 이슈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보건·위생상 '돌발 사건' 뿐 아니라 숙박·교통·식당 등 한국 관광 인프라 전반에 만연한 부당 요금 청구나 불친절이 한국으로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많다.

◇ 송도동원~인천공항 4만원 불러…호텔에 약 요청하니 "편의점 가라"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곳은 대부분 택시 안이다.

택시는 한국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이 의지하는 중요한 운송수단인데,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외국인 관광객 민원(2015년 기준) 가운데 택시 관련 사례는 쇼핑(31.5%)에 이어 2위(14.1%)로 많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요금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고 터무니없는 값을 요구하는 '바가지'다.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실례에 따르면 한 필리핀 여행객은 인천 송도공원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택시를 이용했눈데. 기사는 미터기를 켜지 않고 무려 4만 원을 요구했다.

미국인 여행객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신림동 소재 호텔까지 택시 요금으로 7만8천 원을 내고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신고했다. 심의 결과 해당 기사가 부당요금을 징수한 것으로 확인돼 2만1천500원 환불과 일정 기간 공항 주차장 이용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요금 1만 원도 안되는 서울 동대문 시장~장안동 호텔 길 택시 요금으로 5만7천 원을 요구받았다. 이 중국인이 차량 번호 사진을 찍고 항의하니, 그제야 기사는 3만원, 2만원 등으로 값을 내리더니 결국 7천 원만 받고 떠났다. 이 중국인은 센터에 접수한 신고 서류에 이 사건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나빠졌다"고 적었다.

터키 여행객은 "명동역에서 탄 택시 운전기사가 이태원까지 1만 원을 요구해 미터기를 켜 달고 요구했더니 그냥 내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바가지 뿐 아니라 '승차 거부'까지 경험한 셈이다.

일부 숙박시설도 시차와 관광 등에 지친 외국인에게 편안함 보다는 불쾌감을 주고 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처음 들어간 한국 ○○호텔에서 심한 곰팡이 냄새가 나서 당황했다. 더 큰 충격은 쇼핑을 마치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 때였다. 머리맡 쿠션을 들춰보니 벌레 알 옆에 유충까지 기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객실을 바꾸고 다음날 책임자를 만났으나 "벌레가 밖에서 날아온 것일 뿐"이라며 1박에 대한 취소 위약금을 요구했다.

일본인 여행객은 ××호텔 욕실 유리문 모서리에 발등이 찍혀 프런트에 구급약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편의점에 가서 사라"는 대답이었다.

특급 호텔들도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완벽하지 않다.

한 서울 시내 특급 호텔 관계자는 "영어권 외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은 자주 "우리말 통역자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조식 뷔페 등도 너무 미국식이라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노점 볶음우동 3만원 요구…관광 일정 절반이 쇼핑

한국 식당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바가지'는 이어졌다.

일본인 관광객 일행은 한 한국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다가 얼굴을 붉혀야 했다. 식당 종업원이 "반드시 인원수대로 주문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 테이블 한국인들은 인원수보다 적은 음식을 주문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홍콩 관광객은 자신이 묵는 호텔 근처 노점에서 볶음 우동을 먹었다가 "2만 원을 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가격이 표시된 '볶음밥' 메뉴의 경우 3천 원에 불과한 사실을 근거로 신고했고, 결국 관광경찰과 동행한 뒤에야 2만7천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일부 한국 식당의 위생 상태도 자주 지적된다.

한 미국인은 한국 음식점 직원이 기침을 많이 하고 땀을 흘리면서도 수저를 놓는 것을 보고 도저히 식사를 할 수 없었다.

한 유커는 냉면에서 벌레를 발견했지만, 식당 주인은 "거의 다 먹은 상태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끝까지 음식값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무리한 일정과 쇼핑으로 가득 찬 '저질·저가 한국 관광' 상품 자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문제는 최근 한국 관광을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에 좋은 '핑곗거리', '빌미'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한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단체여행 중 가이드가 여행 일정의 절반을 쇼핑으로 채웠고, 매장에 들어간 뒤 즉시 문을 잠그고 쇼핑이 끝나지 않으면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인은 "당초 단체여행 일정에 'DMZ(비무장지대) 관광'은 없었으나, 가이드가 강제해 실랑이 끝에 원하는 사람만 가도록 '선택 관광'을 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DMZ에 가지 않은 7명은 근처 식당에 3시간 넘게 할 일 없이 방치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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