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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실명한 아내 위해 30년간 1500평 꽃정원 가꾼 할아버지…"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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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6 12:15:17 수정 : 2017-04-26 23: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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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실명한 아내를 위해 꽃으로 가득한 정원을 조성하고, 이를 다른 이에게도 개방해 봄의 정취를 전해온 남성이 건강상의 이유로 이를 중단한다고 밝혀 주변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현에 사는 쿠로키 토시코(왼쪽)씨가 아내 야스코씨와 함께 정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 니시니혼신문은 미야자키현에 사는 쿠로키 토시코(87)씨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원 관리를 그만두게 되어 아쉬움을 담은 마지막 발길이 정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28일 전했다.

할아버지의 정원은 30년 전 조성됐다. 쿠로키씨는 퇴직 후 일본 전역을 여행하며 아내 야스코씨와 다정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부인이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게 돼 갑작스레 여행을 중단하게 됐다.

당시 52세였던 할머니는 큰 실의에 빠져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에 남편은 평소 꽃을 좋아했던 아내를 위해 꽃을 심고 땅을 가꿔 아름다운 정원 만들기에 온 정성을 쏟았다.

처음 2평도 안 됐던 작은 꽃밭은 이후 3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무려 5000㎡(약 1512평)까지 뻗어나갔고, 할머니 외 관람객도 생겨났다. 노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정원을 보기 위해 해마다 봄이면 수천명이 모여들었고, 어느덧 명소가 됐다.
일본 미야자키현에 사는 쿠로키 토시코씨가  5000㎡(약 1512평) 규모로 조성한 정원을 수놓은 꽃들. 워낙 넓어 카메라로 전체를 촬영할 수 없다.
일본 미야자키현에 사는 쿠로키 토시코씨가 5000㎡(약 1512평) 규모로 조성한 정원은 봄이면 분홍꽃의 물결을 이룬다.
할아버지는 “90세가 얼마 남지 않아 꽃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는 일이 힘들어졌다”며 “정원을 찾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끝까지 웃는 얼굴로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5월을 마지막으로 정원 관리를 그만두고, 아내와 과수나무를 키워가며 남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관람객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명은 “해마다 봄이면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봄의 기운을 만끽했다“며 “아름다운 사연이 담긴 아름다운 정원이 언젠가 사라지게 될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쉽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참고 견뎌내야 할 일”이라고 수긍했다.
일본 미야자키현에 사는 쿠로키 토시코(왼쪽)씨와 아내 야스코씨가 손을 꼭 잡고 있다. 노부부는 앞으로 과수나무를 키우며 여생을 보낼 작정이다.
한편 할머니는 “꽃을 볼 순 없었지만 향기로운 꽃냄새를 통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며 “정원은 삶의 희망이 됐다”고 전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니시니혼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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