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현에 사는 쿠로키 토시코(왼쪽)씨가 아내 야스코씨와 함께 정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할아버지의 정원은 30년 전 조성됐다. 쿠로키씨는 퇴직 후 일본 전역을 여행하며 아내 야스코씨와 다정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부인이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게 돼 갑작스레 여행을 중단하게 됐다.
당시 52세였던 할머니는 큰 실의에 빠져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에 남편은 평소 꽃을 좋아했던 아내를 위해 꽃을 심고 땅을 가꿔 아름다운 정원 만들기에 온 정성을 쏟았다.
처음 2평도 안 됐던 작은 꽃밭은 이후 3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무려 5000㎡(약 1512평)까지 뻗어나갔고, 할머니 외 관람객도 생겨났다. 노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정원을 보기 위해 해마다 봄이면 수천명이 모여들었고, 어느덧 명소가 됐다.
일본 미야자키현에 사는 쿠로키 토시코씨가 5000㎡(약 1512평) 규모로 조성한 정원을 수놓은 꽃들. 워낙 넓어 카메라로 전체를 촬영할 수 없다. |
일본 미야자키현에 사는 쿠로키 토시코씨가 5000㎡(약 1512평) 규모로 조성한 정원은 봄이면 분홍꽃의 물결을 이룬다. |
이어 “오는 5월을 마지막으로 정원 관리를 그만두고, 아내와 과수나무를 키워가며 남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관람객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명은 “해마다 봄이면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봄의 기운을 만끽했다“며 “아름다운 사연이 담긴 아름다운 정원이 언젠가 사라지게 될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쉽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참고 견뎌내야 할 일”이라고 수긍했다.
일본 미야자키현에 사는 쿠로키 토시코(왼쪽)씨와 아내 야스코씨가 손을 꼭 잡고 있다. 노부부는 앞으로 과수나무를 키우며 여생을 보낼 작정이다. |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니시니혼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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