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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보는 한국은 지금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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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0 13:27:57 수정 : 2019-01-20 17: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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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시작으로 전범 기업의 한국인 강제 노역과 최근 자위대 초계기 논란 등 정치적 한·일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다.

평범한 일본 시민들은 양국의 우호를 강조하지만 일부 극우세력들은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며 단교를 주장하는 등 악화된 한일 관계에 기름을 붓는 모습이다.
일본 극우단체가 한국인 밀집지인 도쿄 신오쿠보에서 반한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 블로그 캡처)
◆정치권 상황…日 자민당 “유감 그만두고 한국 제재하자”

지난 11일 오전 10시 30분 일본 집권 자민당 본부에서 외교부회·외교조사회의 합동 회의가 열렸다. 회의는 일본 외무성으로 부터 ‘한일정세’ 등을 보고 받는 자리였다.

이날 자민당 소속 문부과학성 회장 아카 마사아키는 위안부 합의 파기를 비롯한 한국인 강제노역 문제, 자위대 초계기 논란과 관련해 ‘유감’은 그만두자고 제언했다.

그는 “외무성을 비롯한 일본 정부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 품격 있는 국가로서 한국을 존중해 ‘유감’이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러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유감을 그만두고 항의와 사과 요구, 경제 제재 등의 처벌로 발언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은 (국제)법을 존중하지만 한국의 일련의 행위는 법을 어긴 것이다. 이참에 국제 사회에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에 대응할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 검토하고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구체적이고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외무성은 “관저를 중심으로 정부에서 한국에 대응하는 방안을 연구·검토하고 있다”며 “대응 시 우리나라(일본)에 발생할 피해나 고통을 고려해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소재로 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우익 세력은 “일본 정부의 견해와 다른 정치적으로 편향된 반일 영화이자 선조들을 모독하는 영화 상영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항의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 산케이신문 캡처)
◆우익단체 반한활동…“일본서 위안부 영화? 절대 안 돼”

특정 사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권과는 달리 일본 우익단체의 반한활동은 지속적이고도 집요하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이달 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15인의 목소리를 담은 재일동포 박수남 감독(83)의 다큐멘터리 영화 ‘침묵, 일어서는 위안부’ 상영을 둘러싼 반대 시위와 방해 공작이다.

일본 우익단체는 상영회장에 무단 침입해 “상영을 중지하라”며 30분 간 욕설·혐오발언을 퍼붓고 난동 부렸다.

또 지난달 28일 요코하마의 상영회장 앞에서는 확성기를 틀어놓고 ‘상영회 취소’를 외쳐 행사장에 온 관객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우익 세력은 지난해 9월쯤부터 최근까지 “일본 정부의 견해와 다른 정치적으로 편향된 반일 영화이자 선조들을 모독하는 영화 상영은 있을 수 없다”며 항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반한 시위는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등이 문제를 거론하고,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최근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 기업의 강제노역에 대한 한국 대법원판결을 계기로 극에 달했다.

그러나 박 감독과 양심 있는 일본 변호사들이 하나가 돼 우익단체의 방해 공작에 대한 법원의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법원은 기쿠스이국방연합 측이 상영회장 반경 300m 이내에서 집회를 열거나 상영회장에 침입하는 등 일체의 방해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위안부 관련 영화와 관련해 일본 측 주장에 반한 가처분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령의 몸을 이끌고 회견장에 참석한 박 감독은 “여전히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도 그랬듯이 여러 곳에서 방해를 받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살아있다는 느낌이 나지 않을 정도로 무섭다”고 말했다.
일본 내 반한 기류는 지지율 반등을 노린 아베 정권의 여론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日 우익 매체…“문재인 정부, 올해 ‘반일의 해’로 만든다”

한편 일부 일본 언론은 추측을 근거로 극단적인 주장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최근 보도에서 문재인 정부는 올해를 ‘반일의 해’로 만들려고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이 신문은 최근 한국 대법원의 강재노역 배상 판결을 첫발로 레이더 조사 문제(초계기 논란), 양국 합의로 설립된 위안부 재단의 일방적 해산으로 정치적 관계악화를 초래해 (한국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확산했다며 이러한 일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생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한국은 건국 100주년을 ‘새로운 시작’이라고 칭하며 세계 50개국 재외 공관에서 기념식을 열고 100년 전 최대 반일 운동을 알리려 든다고 불만을 쏟아내며, 이러한 도발적 대일 정책의 근원은 일제 강점기 임시 정부를 한국의 뿌리라고 생각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도쿄 콘서트를 여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극우세력, 언론까지 나서 반한 감정을 부추겼다.

당시 산케이 등 우익 언론들은 끊임없이 강경 대응을 요구하면서 BTS 등 한류 스타들까지 표적 삼아 일본 내 행사를 전면 재검토 하라는 기사를 쏟아낸 한편, 극우단체들은 욱일기를 휘두르며 대규모 혐한 시위를 재개하며 한류를 몰아내자고 선동했다.

정치권과 언론, 극우 세력이 손을 잡고 반한 감정을 확산하려는 기색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정치·언론·극우 세력 손잡고 반한 감정 부추겨

아베 정권과 자민당 정치인들은 지난 10월말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에게 강제노역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후 줄기차게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일부 언론은 상상 내지는 추측에 근거한 기사를 보도하며 일본 정부의 반한 감정 부추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극우단체는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반한 집회를 열고, 여기서 인종차별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지만 정치권이나 언론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도 못 본 척 단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아베 신조 정권의 여론전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 법안 강행으로 내각 지지율이 4.9% 포인트 하락했지만, 일본 정부와 우익 언론이 합세한 여론전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며 오름세로 돌아섰다.

또 이러한 여론전에 힘입어 ‘한국에 항의해야 한다’는 시민들 지지가 80.9%까지 치솟으며, 극우단체의 반한 시위가 일본 전역에 일게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일본은 지금 한·일간 발생한 정치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추후 발생할 외교적 문제와 일본이 입을 피해까지 고려해 가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민간분야에 반한감정을 조장하며 단교를 외치는 등 일본의 반한 감정은 날로 심화하는 모습이다.

우리가 일본처럼 혐오를 조장할 건 아니지만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시 자칫 우리에게 불리할 수 있는 문제를 고민하고, 일본의 국내외 여론전에 대응할 방안은 필요해 보인다. 단지 우리가 ‘아니다’라고 주장만 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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