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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띄워 벼 피해 면적 자동 분석… 정부보급종 관리 ‘속도전’ [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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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07 06:00:00 수정 : 2022-01-07 10: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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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원, 도복 판독 프로그램 본격 가동

계약 농가 재배한 벼, 수확 전에 포장검사
기존엔 검사원이 육안 확인·계측·기록
2021년 드론 활용 자동화 시스템 시범 운영
딥러닝 방식 분석… 정확도 94%까지 높여
검사 안전성·신뢰도 ↑… 시간 단축 과제로
종자원 “종자 관리에 첨단기술 지속 도입”
지난해 10월 전북 김제시 부량면 벼 생산단지에서 열린 ‘드론을 활용한 벼 도복 자동분석’ 시연회에서 국립종자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농촌진흥청 등 관계자들이 드론 촬영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국립종자원 제공

지난해 10월 전북 김제의 정부 보급종 벼 생산지에서 드론이 날아올랐다. 농약이나 방제약을 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촬영 목적이었다. 드론이 찍은 사진은 곧 자동 판독프로그램에 입력됐다. 그러자 프로그램 내에서 도복(벼 쓰러짐) 면적이 정확히 표시됐다. 이날 행사는 국립종자원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공동 개발한 벼 도복 영상 자동 분석 프로그램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종자원 관계자는 “육안으로 검사할 때보다 검사 정확도와 신뢰도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한 장으로 쓰러진 벼 비율 판독

종자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우수한 종자를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는 것이다. 계약농가에서 생산한 작물은 포장격리, 포장조건, 품종순도, 이종종자수, 잡초, 작황 등 검사를 통과해야 정부보급종이 될 수 있다.

벼 검사의 경우 수확 전 논에서 병충해 등 이상 여부를 가리는 포장검사와 수확 후 종자검사로 나뉘며 각각의 검사 내에 세부 검사가 있다.

벼가 이유 없이 쓰러지는 도복과 다른 벼보다 길게 자라는 키다리병에 대한 검사도 포장검사에 포함된다. 한 포장에서 도복이 30% 이상일 경우 키다리병이 0.02%를 넘을 경우 불합격이다.

지금까지 이 포장검사는 검사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넓은 필지를 육안으로 확인, 계측,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검사원의 직관과 경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며, 논에 직접 들어갈 수 없어 검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종자원은 포장검사 업무를 자동화하고 정확성을 높이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전북지역본부와 협업해 만든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드론으로 촬영한 이미지 데이터를 딥러닝 방식으로 분석한다.

종자원은 2018년부터 태풍 등 자연현상으로 도복이 발생한 논을 드론으로 촬영한 2만여장의 사진을 확보해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이를 통해 사진만으로 벼가 쓰러진 면적을 판독할 수 있게 됐다. 정확도는 94%다.

종자원 관계자는 “개발 초기 60%였던 정확도가 영상 데이터가 쌓이면서 90% 이상으로 높아졌다”며 “빅데이터 기반 프로그램인 만큼 향후 정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치는 지난해 12월 특허출원했다.

◆“보급종 검사 작물, 항목 다양화할 것”

벼 도복 자동판독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현장 운영에 들어간다. 앞서 종자원은 지난해 전국 각 지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했다. 관계자들은 검사 편의성과 정확성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지원 유영진 주무관은 “포장검사 시 좁은 논둑, 야생동물 등으로 위험한 환경이 많아 검사원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드론을 활용해 검사하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충북지원 백은해 주무관은 “육안으로 찾아내기 힘든 병주나 도복 비율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검사원마다 다를 수 있는 눈높이를 맞췄다”며 “먼 거리에 있는 포장을 촬영할 수 있어 직접 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전했다.

개선할 부분도 있다. 현재는 드론이 완전한 자율주행을 할 수 없어 검사원이 조종해야 하는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 육안으로 검사할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종자원 관계자는 “도입 초기라 불편한 점이 있으나 드론 자율주행 시스템과 영상분석 프로그램이 고도화할 경우 지금보다 인력과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동 검사 항목이 일부에 한정된 것도 아쉬운 점이다. 도복 검사 프로그램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나, 키다리병 검사 프로그램은 정확도가 떨어져 데이터 확보 등 고도화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병주에 대한 자동 검사 프로그램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종자원 관계자는 “시간과 인적·물적 지원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우수한 종자를 보급하기 위해 자동화 검사 항목과 검사 작물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종자원은 식물체의 크기, 길이, 색채 등을 측정하는 영상분석 플랫폼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신품종 심사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길이와 크기만 판독할 수 있는 기존 미국 국립보건원 개발 프로그램(이미지J)과 달리 굽어진 길이와 색채까지 분석할 수 있어 세계 품종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다.

김기연 종자원 식량종자과장은 “국립종자원은 농업인에 공급할 정부 보급종자의 품질관리를 위해 유전자 검사, 드론, 빅데이터 등 기술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종자 관련 업무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전문 연구기관과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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