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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통 뒀다고 등급상향… ESG 지수 ‘불편한 진실’ [‘빈 수레’ 탈탄소 경영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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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8 06:00:00 수정 : 2022-01-18 0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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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155곳 상향 조정

환경 직접적 영향보다 제재 회피에 점수
일각 “등급, 온실가스 배출 무관” 꼬집어
래리 핑크 블랙록 CEO. 사진=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글로벌 기업들에 편지를 띄운다. ‘기후 리스크가 중대한 투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석탄기업 등 환경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위험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10조달러(약 1경1900조원)를 주무르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대표가 보낸 이 서한으로 전 세계 투자는 분수령을 맞았다. 시장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탈탄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핑크 회장은 정말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런 편지를 쓴 걸까. 그의 진심은 알 수 없지만, 지난달 초부터 연재된 블룸버그의 기사는 탈탄소 금융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전한다.

금융투자사들은 상품을 만들 때 평가기관이 만든 지수를 활용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상품도 마찬가지다. 블랙록은 세계 최대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지수를 주로 쓴다. MSCI의 ESG 지수는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이따금 등장한다.

블룸버그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6월 사이에 MSCI ESG 등급이 상향된 S&P500 155개 기업의 조정 이유를 알아봤다. 이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으로 등급이 상향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단순히 저감목표를 설정했다거나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유로 등급을 올렸다. MSCI가 ESG를 이해하는 방식 때문이다.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환경 제재로 기업이 받을 피해를 줄이는 데 목적을 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맥도날드의 온실가스 배출은 4년 동안 7% 늘어 2019년 5400만t을 기록했지만 등급이 상향됐다. 그 이유는 영국과 프랑스 일부 매장에 재활용 쓰레기통을 배치했다는 것인데, 이 나라에서는 기업의 재활용률이 떨어지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즉, 맥도날드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이 기업의 영업에 별 해가 되지 않으므로 고려 사항이 아니지만, 재활용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제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등급 상향의 이유가 된 것이다.

미 최대 주택건설사 DR호턴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환경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기업 행동’이라는 추상적인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이례적으로 일년에 두 차례나 등급이 올라갔다.

블룸버그는 “MSCI ESG 등급은 온실가스 배출과 하등의 관계가 없이 만들어지지만 이 업계의 대표 지수로 군림한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브랜딩 덕에 MSCI의 주가는 2019년 초보다 4배 이상 올랐고, 헨리 퍼낸데즈 회장은 ESG 비즈니스 최초의 억만장자가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나온 MSCI ESG 등급은 블랙록의 ESG ETF인 ESGU의 자산 구성에 활용된다. ESGU 펀드 내 화석연료 회사 주식 비중은 S&P500 안에서보다 더 높다. 그렇지만 이름값 때문에 수수료는 다른 펀드보다 4∼5배 더 높다.

블랙록의 지속가능부문 전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타리크 팬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ESG 투자는 투자자에게 일종의 위약(플라시보) 같은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본인의 돈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지만, 배출량은 계속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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