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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못 따라가는 임금 인상… 월급 올라도 살림살이 나빠져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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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4 15:00:00 수정 : 2023-01-24 10: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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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근로자 실질임금 하락

연봉 더 주는 곳으로 대이동
정부·기업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인플레 이어지면서 직원 이직 급증세
美, 직장 옮긴 경우 임금 상승률 더 높아
구인 활발한 노동시장선 침체 못 느껴

소득 불평등 더 커진다
최저임금 55% 오를 때 물가 인상률 64%
OECD국가 중 21개국서 실질임금 하락
소비자 구매력 떨어지며 빈부차 확대
17억 명 식품·난방비 감당 못할 처지에

미국 워싱턴의 한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지난 연말 회사에 연봉 인상을 요구했다. 지난 2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물가가 급등하고, 월세가 크게 올라 현재 임금으로는 이직이 불가피하다고 사측에 말했다. 회사는 A씨가 제시한 연봉 인상 요구를 받아들였다. A씨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통화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임금이 인상되고 있고, 재택 근무 비중도 늘어나며 신규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회사가 연봉 인상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미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은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싱턴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한 대기업 직원은 “코로나19 이후 임금 상승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이직이 계속되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또다시 임금을 인상해 채용 공고를 내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이미 임금 인상 요인으로 협력사와 계약 단가를 올렸고, 올해도 계약을 갱신하면서 임금 인상에 따라 단가를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현지 사무실 직원을 채용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면서 결국 연봉을 인상해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도 꾸준히 퇴사가 이어지면서 노동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주 맨해튼 보로우의 마운트사이나이 병원 간호사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병원측과의 협상결렬 후 병원 앞에서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줄줄이 임금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그 영향으로 정부와 기업 할 것 없이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평균 물가상승률을 8.1%, 올해는 6.0%로 전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이 일부 완화하고 있지만 임금 상승 흐름은 견조하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최근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6.2% 상승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7년 이래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력한 노동시장 여파로 직장을 옮긴 노동자의 경우에는 임금이 평균 7.7% 상승했다.

또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3개 주와 워싱턴이 지난 1일부터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미국은 2009년 이래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7.5달러로 유지하고 있지만 각 주와 시는 지역 상황에 맞춰 별도의 임금을 적용한다.

일본의 경우 최근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이 오는 3월부터 약 8400명 직원의 연봉을 최대 40%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 소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힘을 실었다.

호주는 지난해 6월 물가상승률에 맞춰 최저임금을 5.2% 인상하기로 했다. 2006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지난해부터 공공과 민간의 구분 없이 높은 물가에 항의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들이 배너와 플래카드를 들고 파업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물가상승률 못 미쳐 실질임금은 하락

임금이 인상됐다고 실제 근로자의 생활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물가상승 효과를 제거한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튀르키예(터키)의 경우 정부가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무려 55% 인상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4.27%에 달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OECD가 최근 발간한 인플레이션 상승기 최저임금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에서 2022년 9월까지 30개 회원국 가운데 21개국에서 실질 최저임금이 하락했다. 2020년 12월 100을 기준으로 지난해 9월 실질 최저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미국은 87.8로 12.2% 하락했다. 캐나다(5.0%), 독일(2.6%), 영국(2.5%), 한국(1.8%), 일본(0.7%) 등도 줄줄이 실질 최저임금이 낮아졌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2023 세계 임금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실질임금이 0.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임금인상률이 높은 중국을 제외하면 1.4% 감소한 것으로 ILO는 집계했다. G20으로 범위를 좁히면 실질임금은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LO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1년 임금이 2020년에 비해 급등한 것을 고려해 2022년 상반기와 하반기를 비교했는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실질임금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팸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노동자 17억명의 지난 한 해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해 향후 식품·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질베르 웅보 ILO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우리가 직면한 여러 글로벌 위기로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증가하는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수천만명의 근로자들이 끔찍한 상황에 처했다”면서 “최저임금의 구매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소득 불평등과 빈곤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연합뉴스

◆임금 인상이 추가 인플레 자극 ‘악순환’ 우려

 

미국은 올해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4일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강력한 노동시장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 높은 수준의 일자리 공백, 높은 명목임금 상승률 등 노동시장이 매우 타이트해 임금과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많은 일자리와 높은 명목임금 상승률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 공급과 수요 사이에 큰 불균형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노동부가 같은 날 발표한 1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 기업의 구인 건수는 1045만8000건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1월 684만4000건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 구인 건수는 2021년 7월 사상 처음으로 1000만건을 넘긴 이후 1년5개월 연속 1000만건을 넘기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연준이 주목하는 실업자 1명당 구인 건수 배율은 전월과 동일한 1.7배로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인 1.2배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구인 건수가 넘쳐나면서 더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는 자발적 퇴직자 수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발적 퇴직자수는 전월 대비 12만6000명 늘어난 417만3000명으로 역대 최장기인 18개월 연속으로 400만명을 넘었다. 퇴직률 역시 2.7%로 전월(2.6%)보다 높아졌다. 퇴직률이 상승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뉴욕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구인 광고판이 놓여 있다. 뉴욕=EPA연합뉴스

실업수당 청구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감소한 20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빅 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고가 이어지면서 실업수당 청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반대로 오히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며 15주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63만건으로 전주보다 6만3000건 감소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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