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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한끼 지어놓고… “오늘도 아이들 기다려요”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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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9 12:00:00 수정 : 2025-07-19 13:17:24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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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영향력 가게’ 프로젝트 아시나요

식자재기업서 ‘착한 가게’ 모집·지원
결식 우려 아동들에 무료 식사 제공

아이들 주변 시선 탓 발길 어려워해
“먹고 싶은데도 망설이는 모습 짠해
마음 터놓을 어른들 더 많아졌으면”

신체·정서 발달이 왕성한 청소년기의 결식은 공허함이자 인생의 큰 상처지만 누군가에게 토로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어른들이 손을 내민다. 아동급식카드를 소지한 결식 우려 아동에게 한 끼를 무료로 제공하는 ‘선한영향력가게’ 자영업자들 얘기다.

식자재 전문기업 푸디스트는 지난 5월부터 ‘선한 울림’ 프로젝트로 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선한영향력가게 참여 소규모 식음 사업자를 매달 3명씩 선정해 8개월간 24곳에 총 1400만원의 식자재 구매비 등을 지원한다. 고물가 속에도 아이들에게 한 끼만큼은 꼭 챙겨주고 싶다는 착한 사장님들을 푸디스트 협조로 만나봤다.

 

선한영향력가게에 동참 중으로 최근 세계일보 인터뷰에 응한 양지연(왼쪽부터)·신봉길·구본철씨가 환한 표정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식자재 전문기업 푸디스트는 이들의 식자재 구매비 등을 지원한다. 김동환 기자

◆이유 달라도 ‘아이들에게 한 끼를’ 마음은 같아

인천 부평구 부평시장에서 ‘청량리춘천냉면’을 운영하는 구본철(46)씨는 과거 할머니와 함께 갔던 고깃집을 떠올렸다. 할머니 모시고 오는 손자가 기특하다던 사장님의 음식 서비스는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타국 생활 정리 후 돌아와 냉면집을 차린 그에게 선한영향력가게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찾아오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막상 와도 아이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음료수를 주려 해도 거절했다. 겨우 받아도 가방에 넣거나 앞에서 쉽게 마시지 못했다.

구씨에게 식자재 가격 상승 압박은 아무 일도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더 당당할 수 있게 어른들이 이끌어야 한다며, 그런 아이들이 자라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구씨는 말한다. 그는 인천시나 부평구 차원에서 결식 우려 아동 지원 사업에 더 큰 힘을 쏟기를 바랐다.

 

인천 계양구에서 ‘소라네만두찐빵’을 운영하는 신봉길(37)씨는 가게를 열자마자 ‘아이들을 돕고 싶다’던 과거 소망 실현을 위해 선한영향력가게에 동참했다.

아이들이 “아저씨, 그런데 왜 공짜로 주시는 거예요”라고 물을 때마다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너희들이 배고픈 일 없이 열심히 뛰어놀고, 공부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야.”

‘감사합니다’라며 해맑은 아이들 모습에서 신씨는 자부심을 느낀다. 고물가 속에서도 신씨는 ‘만두 한 팩’이 아이들에게 힘을 준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강조한다. 경제가 살아나서 장사도 잘되고 여유가 생긴다면 더 많은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냐며 그는 웃었다.

강원 춘천시에서 ‘샌드소양’을 운영하는 양지연(36)씨는 독일 생활 시절 현지 사회복지시스템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노후 걱정도 덜하고 사회 안전망 기준이 높더라”며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양씨의 선한영향력가게 동참은 그가 실천하는 최소한의 복지다. 내가 가진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인간다운 삶을 돕는다는 얘기다. 한림대에서 진행하는 교육 봉사 참여도 같은 맥락이다.

양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지난해 선한영향력가게에 동참했지만 그를 찾아온 아이가 없다는 거다. 어떻게 하면 매장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양씨는 이번 인터뷰가 아이들이 찾아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구동성으로 ‘편하게 왔으면 좋겠다’

세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 마치 짠 듯 ‘아이들이 편하게 오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주눅 들까 하는 걱정인데, 그들이 편히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듯 환한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응했다. 어릴 적 일 나간 부모님을 대신해 먹을 것 하나 더 챙겨주던 옆집 이웃의 모습이 이들에게서 보였다.

구씨는 “먹고 싶은데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짠하다”며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씨도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며 “그런 연이 더 많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푸디스트 관계자는 “‘선한 울림’은 가게 하나, 사람 한 명의 선한 움직임이 지역 전체에 좋은 영향을 퍼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라며 “선한 자영업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오래 이어갈 수 있게 돕는 구조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역 사회가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지방 자영업자 지원으로 단발성 캠페인이 아닌 자영업자와 지역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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