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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할(喝)] 채팅앱 통해 몸 파는 10대 만나보니

입력 : 2014-03-07 10:35:24 수정 : 2014-03-09 21: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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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본인 인증도 없는 채팅앱
10대들 손쉽게 '조건만남' 노출
성인들 삐뚤어진 성문화 더 문제
최근 10대들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정체불명의 채팅 앱 사이트에서 청소년들의 성매매가 이뤄지는 현장을 뉴시스가 직접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불법 성인채팅 사이트인데도 성인 인증 절차가 없어 중고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데다 이런 유해사이트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채팅 앱에 자주 접속한다는 제보자 김모(32·춘천시) 씨는 “보통 10만원에서 20만원, 많게는 30만원까지 제시하고 (성관계를 전제로 돈을 지불하고) 조건만남이 이뤄지는 식”이라며 “본인 인증이 필요 없으므로 성인들끼리는 물론 청소년들과의 조건만남도 언제든지 가능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성매매에 나서는 10대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하기 위해 해당 채팅 사이트에 20대 후반의 남성 아이디로 접속한 후 대화를 시도했다.

채 20분도 지나지 않아 다양한 여성들과 대화할 수 있었고 그중 나이가 20살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한 여성은 "차비가 떨어져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속칭 '조건만남'과 '15(만원)'라는 숫자를 대화창에 제시했다.

취재진은 안내에 따라 인근 PC방으로 찾아가 그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보통 채팅 사이트들에선 대화 상대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가 표시되기 때문에 만남은 더욱 수월했다.

어두운 PC방을 나서면서 취재진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스스로를 20살이라고 소개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10대 중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 앳된 소녀는 나이를 묻자 10여 분 가까이 답변을 주저하다 거듭된 설득 끝에 자신이16살이며 현재 중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밝혔다.

여학생은 취재진이 기자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채팅사이트에 들렀다 장난삼아 (조건만남을) 해본 것"이라며 변명을 늘어놓더니 결심을 한 듯 익명을 전제로 취재에 응했다.

A양은 친한 친구로부터 '조건만남'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솔깃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호기심에서 스마트폰 채팅앱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A양이 그간 조건만남을 가진 것은 총 3회.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접속했지만 차츰 단 두, 세시간만에 15만원이라는 큰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유혹을 이기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도중 A 양은 자신과 같이 조건만남을 하며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까지 불러내겠다며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만날 수는 없었다.

이어 번 돈을 주로 어디에 쓰는지 묻자 “주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PC방, 노래방 비용이나 술값 등 유흥비로 쓰고 옷도 사입는다”고 했다.

지난 1월 29일 부산에서 한 여대생(21)은 조건만남 상대와 모텔에 갔다 필로폰이 섞인 맥주를 마시고 감금당한 상태로 휴대전화로 알몸을 찍히고 현금 등 150만원의 금품을 빼앗겼다.

기자가 이 사건을 설명하며 낯선 사람과 만나는 게 두렵지 않냐고 묻자 “위험하지만 친구한테 이동장소와 만날 사람에 대해 미리 얘기해 놓기 때문에 두려울 것은 없다”며 함께 움직이는 친구가 있다는 걸 은연중에 인정했다.

대화가 길어지자 이 소녀는 급히 휴대폰으로 문자를 몇 번 주고받더니 잠시 서성이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라며 PC방에서 급히 나가버렸다.

이후 취재진은 10대 여성으로 가장해 채팅앱 사이트에 글을 올려봤다.

물론 성인 인증 없이 가상의 인물로 쉽게 아이디를 만들었고 다시 채팅앱에 접속한 시간은 12시15분으로 자정을 넘긴 상태였다. 17살 여학생으로 위장한 아이디로 '가출했어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간지 2분도 채 되지 않아 놀라울 정도로 많은 문자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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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ㄱ(조건만남)가능?” “재워주고 돈 줄게” “지금 어디? 난 정상 직장인” “차에서 한 시간 ㅁㄴ(만남)가능?” 등 70여 개가 넘는 쪽지와 대화신청으로 일일이 답변하기 어려울 정도인 채팅창을 보면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초(4~6학년)·중·고등학생 1만62명을 대상으로 한 ‘2013 청소년매체이용 실태조사’에서 스마트폰을 보유한 청소년 비율은 2011년 36%에서 2013년 81.5%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 스마트폰 성인용 콘텐츠나 음란물을 접한 청소년 비율은 16.1%로 2011년(4.5%)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아울러 SNS 계정을 보유한 청소년은 77.1%에 달해 스마트폰이 주요 소통수단임이 확인됐다.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손석한 원장은 “최근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음란물을 접한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놀라고 당황하게 되지만 점점 (성 관념에 대해)둔감해지게 된다”며 “결국 왜곡된 성 관념을 갖게 되고 비행이나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환경(메신저, 채팅 앱 등)에 대한 감시나 관리, 단속은 전무한 상황이어서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언제든 성매매 유혹이나 유해사이트에 빠져들기 쉽고 심각한 범죄 등에도 노출될 수 있어 정부와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이 절실하다.

'길잡이의 집' 라태랑 소장은 “이같이 조건만남을 통해 성매매에 노출된 아이들은 본인들이 하는 행위가 얼마나 나쁜 행위인가에 대한 인식이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성 정체성 교육이 취약한 편으로 교육 확대와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라며 “청소년들은 판단력이 부족하고 수동적인 입장이어서 이끄는 어른들이 먼저 올바른 성문화와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행법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며 성매매를 유인·권유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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