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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가족 상속권은 박탈… 부모 부양 땐 유산 몫 늘려야” [유류분제도 위헌]

입력 : 2024-04-26 06:00:00 수정 : 2024-04-26 09: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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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유류분 결정 의미는

“시대가 변해도 가족의 역할 중요해
유족 생존권 보호측면서 존속 필요”
불효자 양성 지적엔 “법으로 보완”

‘재산 기여분’ 미고려도 헌법불합치
헌재 “국회에 입법 개정 촉구 의의”

25일 헌법재판소는 유류분제도가 여전히 존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일부 항목은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퇴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의 생존권 보호 측면에서 유류분을 보장하되 ‘불효자를 양성한다’는 지적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 입법으로 보완돼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유류분제도를 규정한 민법 개별 조항을 따지기에 앞서 이 제도 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은 적합하다고 봤다. 1977년 도입된 유류분제도는 장자상속 관념이 강했던 당시 시대상을 고려해 고안됐다. 특정인에게만 상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보호장치다. 하지만 50여년이 지나도록 내용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시대에 뒤처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헌재는 “가족의 모습과 기능이 핵가족으로 바뀌었고 남녀평등이 점차로 실현되고 있지만,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은 유류분을 통해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류분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균등상속에 대한 기대를 실현하는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류분 권리자와 유류분의 비율을 획일적으로 정한 개별 조항도 합리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민법 1112조는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도록 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다양한 사례에 맞춰 권리자와 비율을 정하는 입법을 하기 어려운 점, 법원 재판을 통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이를 정하는 것은 심리 지연과 재판비용 증가라는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유류분 상실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점(1112조 1~3호)에 대해서는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론을 내렸다. 피상속인 생전에 가족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은 구성원에게는 유류분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불효·불화를 일으켰거나 가족과 왕래를 하지 않다가 재산상속만을 노리고 유류분 청구 소송을 내는 경우가 발생해 특히 논란이 됐다.

유류분 산정에 재산형성 기여분을 고려하지 않은 것(1118조)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판단을 했다. 헌재는 “기여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된다”며 “기여상속인이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에 응해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자녀·배우자·부모뿐 아니라 형제자매에 대해서도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강제하는 조항(1112조 4호)에 대해서는 단순위헌 결정이 나왔다. 단순위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은 선고와 함께 즉시 효력을 잃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 등이 우리와 유사한 유류분제도를 유지하면서 형제자매의 유류분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사망자의 형제자매라고 해서 자동으로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금액을 보장하는 유류분제도와 관련해 ‘형제자매’ 몫의 유류분 규정에 대해선 위헌 결정을, 유류분에 특정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조항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뉴스1

이밖에 공익 기부, 가업 승계 등 목적으로 증여한 재산도 예외 없이 유류분을 산정하기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하는 1113조 1항,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의사로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분을 기초재산에 포함하는 1114조는 합헌 판단이 나왔다. 유류분 반환 시 원물반환을 원칙으로 하는 1115조 등도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 대해 “유류분제도와 관련해, 제도 자체의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각 구성 조항의 합헌성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판시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날에도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가족의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유류분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헌법적 정당성은 계속 인정했다”며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를 선언하고 입법개선을 촉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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