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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한 끼 식대가 고작 2700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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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1 23:48:26 수정 : 2024-05-01 23: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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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대표 수락연설에서 던진 한마디다. 그는 “그 누구도 새벽 4시와 새벽 4시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만석이 되어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 50~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 종점으로 향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수많은 직장인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새벽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줄 의식하는 사람은 없다”고도 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도 통상 새벽 첫차를 타고 4시30분에 출근해 일을 시작한다. 학생이 등교하기 전에 쓰레기를 치우려면 늘 시간과의 전쟁이다. 좁고 어두컴컴한 휴게실에 모여 집에서 싸온 밥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터무니없는 식대 때문이다. 비정규직이라고는 하지만 이들의 한 달 식대는 고작 12만원, 하루 두 끼를 기준으로 한 끼에 2700원꼴이다. 대학가 교직원 식당이 한 끼 6000∼7000원, 학생 식당도 5000∼6000원이다. 학교 앞 식당 김밥 한 줄도 4000원이 넘는다. 사정이 이런 데도 5년째 식대가 동결돼 있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참다못한 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 서울 13개 대학의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들이 ‘한 달 식대 2만원 인상’을 요구하며 한 달째 대학 총장실을 향해 피켓시위를 벌이는 이유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대학과 노동자 간 직접 고용이 이뤄진 국공립 대학은 기획재정부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식대가 14만원이다. ‘동일노동 동일식대’에 근거해 형평성을 맞춰 달라는 것이지만 용역업체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학교 측은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하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대화에서 밥은 단골메뉴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약속도 흔히 한다. 잘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이지만. 이런 대화에 외국인들은 의아해한다. 한국인에게 밥은 끼니 이상의 포괄적 의미를 지닌다. 을밀대·을지면옥 등 ‘평양냉면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서울 시내 유명 식당 냉면값이 1만5000∼1만6000원이라고 한다. 고작 식대 2만원을 올려 달라는 청소노동자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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