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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지하철 보안관과 사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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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8 00:40:05 수정 : 2024-05-08 00: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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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 지하철은 요지경 세상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우연의 만남이 이뤄지는 로맨스 장소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긴장과 불안, 범죄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빈도가 훨씬 높을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낯선 사람끼리 몸이 닿고 부딪치다 보니 종종 시비가 일어난다. 사람과 사람 간 공간과 의사소통 등을 다루는 근접학(프록시믹스·proxemics)에 따르면 아주 가까운 사이끼리 허용되는 거리가 15∼45㎝라고 하지 않는가.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승하차 840여만명이 이용하는 공간이라서 온갖 범죄가 발생한다. 성추행이나 절도, 불법촬영 등이 빈번하다. 지하철 치안만 담당하는 별도 경찰 조직까지 만들어져 있다. 1987년 대장인 경감을 포함해 66명으로 출범한 지하철범죄수사대가 지금은 지하철경찰대로 이름이 바뀌어 총경이 책임지고 인원은 180여명으로 늘었다. 그렇지만 이용객의 폭증으로 늘어난 치안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교통공사가 2011년 지하철 보안관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유다.

지하철 보안관은 역사나 열차에서 질서를 해치는 행상인이나 노숙자, 구걸자 등을 단속한다. 2인1조로 열차를 순찰하면서 폭언이나 폭행, 성추행 등의 범죄행위를 제지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하철 보안관은 1∼8호선 274명, 9호선 17명으로 총 291명에 이른다. 태권도나 합기도, 유도 등 무도 단증 소유자가 대부분이다. 하루 이동 거리가 10㎞에 달할 정도로 근무 강도가 높다고 한다.

지하철 내 범죄는 날로 늘고 있다. 2019년 2755건이던 서울시내 지하철 범죄는 지난해 3546건으로 뛰었다. 지하철 보안관의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승객 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지하철 보안관이 현장에 출동하는데 체포권이 없어 범죄자를 제압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오히려 보안관이나 역 직원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매년 200건 안팎으로 발생한다. 국립공원공단이나 금융감독원처럼 사법권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게 10여년 전이다. 29일 임기 종료되는 21대 국회에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지하철 보안관에게 수사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체포권 같은 최소한의 사법권이라도 줄 때가 되지 않았는가.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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