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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민희진 사태’에 관심 쏠린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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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9 23:33:37 수정 : 2024-05-09 23: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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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아재’ 넷이 뭉쳤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술’을 좋아한다는 것. 이날 이 자리도 각자 증류주 위주로 1∼2종을 가져와서 맛본 뒤 느낀 점 등을 이야기하는 술을 즐기기 위한 자리였다. ‘증류주 시음회’랄까.

저녁 5시30분에 만나 헤어진 시간은 10시20분쯤. 5시간가량을 아재 넷이 함께 술과 음식, 문화, 역사, 심지어 정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바로 ‘K팝’ 이야기. 정확히는 민희진과 방시혁, 어도어와 하이브였다. 넷 중 유일하게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지만, 오히려 다른 세 사람이 이들(민희진과 하이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관심도 많았다.

이복진 문화체육부 기자

최근 민희진과 하이브로 인해 많이 거론되고 있는 ‘풋백옵션’(시장 가격과 무관하게 특정 시기에 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과 ‘콜옵션’(시가와 관계없이 시가보다도 통상 훨씬 낮은 가액에 살 수 있는 권리), ‘주주 간 계약’ 등 주식 이야기는 물론이고, 민희진이 기자회견 때 착용한 뒤 완판됐다는 LA 다저스 모자와 초록·흰색 줄무늬 티셔츠 관련 얘기, 더 나아가 뉴진스와 방탄소년단(BTS)에 관련된 루머까지 언급하며 이날 모임은 뜨거웠다.

버니즈(뉴진스 팬덤)나 아미(BTS 팬덤)처럼 평소 하이브 소속 가수들의 팬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아재 3명은 최근 활동하는 아이돌에 관해 물으면 아는 가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K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 ‘민희진’과 ‘하이브’에 대해서 아주 많이 열정적이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민희진의 기자회견 직후 그의 영상은 인터넷에 밈(Meme·유행)이 됐다. 기자회견 영상을 짜깁기해 민희진을 ‘래퍼’처럼 보이게 해 ‘거대 악’과 싸우는 여전사의 느낌을 낸다든지, 뉴진스와 BTS에 대한 루머를 분석한 글이나 영상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 영상의 조회수는 수십만건을 기록했을 정도로 전 국민이 민희진과 하이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내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도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이토록 지나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정신과 의사인 지인에게 물어봤다.

“사람들이 힘들수록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는 경향이 있어. 내가 너무 힘드니까 나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남을 탓하고 남의 이야기에 집중해. 시선을 돌리는 거지. 그리고 나도 죽겠으니 같이 죽자는 심보도 있어. 칭찬하는 것보다 비난하는 게 더 쉽고,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도 비슷한 심리야.”

그의 말처럼 요즘 다들 사는 게 힘들어서 시선을 민희진과 하이브로 돌리는 것일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안타깝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니까.


이복진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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