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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빈부 격차에 ‘변화’ 요구… 집권당에 등돌린 지구촌 [심층기획-2024 슈퍼선거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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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10 06:00:00 수정 : 2024-07-09 22: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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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 혼란 속으로

남아공 총선 30년 만에 ANC 과반 실패
영국 14년 집권한 보수당 역사적 참패
이란 개혁 성향 페제시키안 깜짝 당선

2024년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전 세계에서 대선, 총선 등 중량급 선거가 쉴 새 없이 이어져 ‘슈퍼선거의 해’로 불린다. 상반기를 마치고 하반기에 막 돌입한 현재까지의 결과만으로도 2024년은 단순히 선거가 많았던 것뿐만 아니라 ‘역사적 선거’가 이어졌던 해로 기억될 듯하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수의 대륙에서 파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 국가의 정치적 변혁의 시발점이 2024년 선거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새 총리로 취임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5일(현지시간)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에서 총선 승리 연설을 마친 뒤 환호를 받으며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연이은 변화의 흐름… 집권세력의 고전

현재까지 ‘슈퍼선거의 해’에 치러진 선거 결과들이 보여주는 흐름은 뚜렷하다. 바로 ‘변화’다. ‘독립’을 키워드로 타 국가와는 다른 양상으로 선거가 치러졌던 대만,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이 후방지원한 야당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당선돼 사실상의 정권 재창출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 대선과 독재 체제 속 선거였던 러시아 대선을 제외하고 대부분 선거에서 정치적 헤게모니를 잡고 있던 여당이 패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2월 핀란드 대선에서는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후 첫 선거였음에도 중도 우파 여당인 국민연합당의 알렉산데르 스투브 후보가 결선투표 끝에 51.6%의 득표율로 48.4%를 얻은 녹색당 페카 하비스토 전 외교장관을 가까스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3월 포르투갈 총선에서는 중도 우파 야당 민주동맹이 1당에 등극했다. 포르투갈 총선에서는 극우 성향 ‘셰가’가 깜짝 3위에 올라 향후 유럽 전역에서 이어질 극우 정당의 돌풍을 예고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지난달 4일(현지시간) 총선 승리 연설을 위해 뉴델리 인도국민당(BJP) 본부에 도착해 ‘브이(V)’자를 그리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델리=EPA연합뉴스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과 6월 인도 총선은 오랫동안 확고했던 집권당의 통치기반이 흔들린 선거가 됐다. 남아공 총선에선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가 종식된 뒤 30년 동안 굳건하게 1당을 지키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단독 과반에 실패했다. 인도 역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단독으로 과반을 만들지 못했다.

6월 멕시코 대선은 진보 성향 여당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당선됐으나, 최초의 여성대통령 취임으로 국가 전체가 변화의 흐름으로 향하게 됐다.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성향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58석을 얻는 등 극우 성향 정치그룹이 선전했다. 벨기에에서도 극우 ‘플람스의 이익’이 2당에 등극해 유럽의 극우 돌풍을 실감케 했다. 6월 말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투표에서 국민연합(RN)이 깜짝 1위에 등극하며 극우 돌풍은 더 거세졌다. 다만, 1차투표 이후 프랑스 내부에서 극우 정당 집권을 막기 위한 결집이 이루어지며 RN은 결선투표에서 3위에 그쳤다. 집권 여당인 앙상블이 2위에 그쳤고,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1당에 오르며 프랑스도 본격적인 변화의 시대로 나아가게 됐다.

 

여기에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으로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도 개혁 성향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깜짝 당선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영국에서는 14년간 집권했던 보수당이 노동당에 역사적 참패를 하며 정권을 내줬다.

◆변혁의 시작… 극우 확산 우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어진 경기 침체, 빈부격차 확대, 사회복지 축소 등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유권자들의 변화 욕구가 커진 것이 선거 결과로 연달아 표출됐다. 영국, 프랑스 등 행정권력이나 의회권력이 교체된 국가들은 향후 국가제도 전반에 대한 대개혁이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기존 여당이 승리한 국가들도 진땀승이 대부분이라 변화의 요구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치러진 선거가 향후 다수 국가의 정치·사회적 변혁의 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변화의 목소리 사이에서 극우 정당 등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불안요소다. 각국 극우 정당들은 경기 침체 속 점점 커지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기 위한 극단적인 반이민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런 정책들이 대중적으로 큰 환호를 받았다. 이들 정당은 보수 성향 포퓰리즘 정책을 반이민 문제와 연결시켜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1당으로 올라선 자유당의 경우 주택공급 부족과 임대료 상승 문제를 이민자 급증과 연결시켜 청년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런 전략은 올해 선거에 나선 대부분 극우 정당들이 차용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벨기에,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핀란드에서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 수가 노년층보다 많다”면서 향후 젊은 지지자들을 바탕으로 유럽 극우가 더 세를 불릴 것이라 진단했다.

프랑스 조기 총선 결선투표 결과가 발표된 7일(현지시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3위로 밀려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안도하며 기뻐하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이번에 정권을 잡는 데에 실패한 극우 정당들도 자신감이 가득하다. 프랑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은 지난 7일 결선투표에서 자신의 정당이 3위에 그칠 것이라 예상된 뒤 “우리 승리는 늦춰졌을 뿐”이라면서 “물결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RN의 1당 등극이 무산됐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지지세를 통해 프랑스에서 극우가 주요 정치세력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영국 총선에서 5석 당선에 그쳤으나 14%의 표를 얻은 극우 정당 개혁UK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총선 결과 발표 후 “우리 당은 2029년 총선에서 주류 정당에 도전할 만큼 큰 규모의 국가적 운동을 구축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타임지는 “중도 좌파 노동당이 널리 예측된 대로 압승을 거두었지만, 개혁UK는 14년 동안 총리를 5번이나 바꾸고 여러 스캔들로 얼룩진 보수당에 환멸을 느낀 우익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정치적 터전을 제공했다”며 향후 극우 정당이 영국 보수의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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