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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재부 쪼개기’ 구상은 ‘기본사회 시리즈’ 초석될까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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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9 21:00:00 수정 : 2025-04-29 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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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기재부가 왕노릇”, 집권 시 조직 개편 예고

“기재부가 ‘왕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지난 27일 기획재정부에 대해 언급한 발언이다. 민주당은 기재부를 둘로 쪼개 예산 기능을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기능이 축소된 기재부의 명칭을 재정경제부로 바꾸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쉽게 말해 기재부의 핵심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떼내 힘을 빼겠다는 것으로, 문제는 이 기능을 이관하는 것의 순기능과 역기능 중 어떤 게 더 클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치적∙이념적 성향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어서다.

 

◆기재부 권력의 명과 암…손익계산서는

 

이명박정부 때 현 체제를 갖춘 기획재정부는 ‘국가의 돈을 관리’하고(재정 기능), ‘국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경제 기획 기능) 막대한 역할을 한다.

 

이 중 내년도 예산을 짜는 ‘예산 편성 권한’은 기재부를 ‘부처 위의 부처’로 군림하게 하는 막강한 권력으로 작용한다. 기재부가 과거에 때때로 청와대와 대립할 수 있었던 힘의 기반도 예산 편성권에서 나온다. 주로 돈을 더 풀려고 하는 정권과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기재부가 대립하는 형태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 시절 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전 국민에게 주자’는 정권과 ‘소득하위 70%’를 주장한 홍남기 전 기재부 장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홍 전 장관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50번,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는다”며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자 “철 없는 발언”이라고 쏘아붙였으나 결국 입장을 굽히고 물러섰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가 홍 전 장관을 향해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하는 등 정권 차원의 압박이 이어졌다. 

 

재정건전성을 우선하는 기재부의 역할은 순기능으로 꼽히나, 지나친 재정 엄격주의를 고수하며 대통령의 통치 행위를 제약하는 역기능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관료주의 마인드로는 경기 부양 타이밍을 살리거나, 혁신∙도전적 사업에 투자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료들이 재정 권력의 힘을 바탕으로 힘깨나 쓰는 상황을 놓고 ‘모피아’(기획재정부 + 마피아)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실이 예산 짤 경우 ‘예산의 정치화’ 심화

 

기재부 권력의 장점∙단점을 따져보는 것을 떠나 현재 거론되는 ‘기재부 힘빼기’에서 우려되는 대목은 그 수술 주체가 이재명 후보라는 점이다. 국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치인일수록 재정건전성과는 상충되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정치적 브랜드인 ‘기본사회 시리즈’와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대표적이다. 국가부채가 늘면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또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처럼 재정을 이용한 경기부양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념에 따라 극명히 갈린다. 기본소득만 해도 최저생계를 보장해주는 사회안전망 역할과 함께, 지역사회의 소비를 늘리는 경제 진작 정책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 성장 같은 실물 경제에 기반하지 않은 유동성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결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그 결과 실물 자산이 없는 서민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첫번째)가 지난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이 후보 측이 아직 구체적인 기재부 개편 구상을 밝힌 건 아니다. 집권 시 기재부에서 예산 편성 기능을 떼내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 보이나, 해당 기능을 어디로 옮길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모피아’ 권력을 해체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개편에 나설 수도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둘지, 아니면 이 후보가 2022년 대선 때 공약한 것처럼 청와대 비서실 조직으로 둘지 여부에 따라 방향이 드러날 전망이다. 

 

둘 중 어디에 두는 게 나을지를 놓고는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 중 대통령실에 기능을 두고 대통령실이 예산을 편성할 경우 ‘예산의 정치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집권 시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 정권에선 국회의 견제 기능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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