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단일화 기정사실화
권성동 “5월 3일 후보 결정 땐
더 큰 집 위해 단일화 경선 예정”
당내 경선 후보들 주목 못 받아
“한덕수를 너무 빨리 띄워” 분석
탄핵 논쟁에 정책 대결 가려져
‘구대명’에 지지율도 지지부진
국민의힘 2차 경선은 ‘김덕수’(김문수+한덕수)의 승리로 끝났다.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한 김문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 사이에서 당원과 국민은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앞세운 김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3차 경선 역시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전제로 반탄 김 후보와 찬탄(탄핵 찬성) 한동훈 후보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경선이 ‘한덕수’ 변수에 좌지우지되면서 후보 매력이 돋보이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당초 당이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는 미미하다.

2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3차 경선은 다음 날 양자 토론회를 시작으로 내달 1∼2일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3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현재로서는 다시 한 번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한 권한대행은 내달 초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30일 방한하는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을 만나 양국 조선업 협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일정을 끝으로 한 권한대행은 공식 외부 일정을 정리한 뒤 이르면 30일, 늦어도 내달 1일쯤 총리직을 사퇴하고 다음 날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기정사실로 하는 모양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후보끼리 경쟁해서 한 분이 결정되면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단일화 경선을 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결선에 진출하는 김·한 후보는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두고 온도 차를 보였다.

김 후보는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필요성은 있다고 다 얘기하지 않았나”라고 한 반면, 한 후보는 “지금은 경선에 집중할 때”라며 단일화 논의를 일축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막바지로 흐르고 있지만 당초 기대됐던 흥행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들의 격차는 10% 중후반대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한덕수를 너무 빨리 띄웠다”(중진의원)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 최대 의제가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여부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둘러싼 논쟁도 여전했다. 후보 매력이나 장점이 부각될 ‘판’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다.
‘구대명’(90% 득표율로 대선후보 이재명)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압도적 지지로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의 기세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가 일찌감치 ‘먹사니즘’과 ‘잘사니즘’ 등의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중도층을 선점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지나간 ‘탄핵 책임 공방’에만 매몰돼 중도층 공략에도 실패함에 따라 경선 흥행 실패는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은 중도층에서 크게 약진하고 있다. 4월4주차 전국지표조사(NBS)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이 후보를 택한 중도층은 44%에 달했다. 반면 중도층에서 김 후보를 고른 응답률은 5%, 한 후보는 6%에 불과했다. 26일 실시된 채널A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한 권한대행을 포함해 범보수 후보 누구와 맞붙어도 5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유일한 흥행카드로 꼽히는 한 권한대행마저 이 후보의 ‘맞상대’로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 신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