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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우크라의 ‘진주만급’ 드론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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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4 02:10:01 수정 : 2025-06-04 0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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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7일 일본 항공모함 6척이 하와이 북서쪽 해상에 출현했다. 이 항모에서 날아오른 400여대의 함재기와 폭격기가 불과 2시간 만에 난공불락의 요새라 불리던 진주만의 미 해군기지를 초토화했다. 일본의 기습 공습에 미군은 속수무책이었다. 미 함정 12척과 비행기 188대가 파괴되거나 추락했고 2403명이 숨졌다. 진주만 공습은 전쟁의 판도를 확 바꿨다. 서구 열강들은 19세기 말부터 압도적 화력을 무장한 전함 간 포격전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항공기가 대형 전함을 침몰시키자 장거리 공습과 정밀타격을 중시하는 항모 위주의 전략이 새 주류로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향해 진주만 공습에 비견되는 대담한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일 러시아 영토 내에서 드론 117대를 띄워 러시아 군기지 최소 4곳을 공습했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전략 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기 등 41대가 파괴됐고 장거리 폭격기의 최소 34%가 무력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액은 약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에 이른다. 대당 수백 달러에 불과한 드론이 수억, 수십억 달러짜리 전략자산까지 박살 내는 현대전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작전은 1년6개월간 치밀한 준비를 거쳤는데 발상이 기발하다. 우크라이나군은 미리 창고 모양의 목제 컨테이너 트럭에 드론을 숨겨 최전선에서 약 4300㎞ 이상 떨어진 시베리아 내륙의 군기지 인근까지 옮겼다. 이어 원격조종을 통해 창고 지붕을 열고 드론을 한꺼번에 띄웠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그리스가 트로이를 함락시킬 때 군인들을 숨긴 대형 목마를 이용한 것과 비슷하다.

이제 드론 전력이 뒤처지거나 부실한 군대는 생존마저 위태로운 세상이 됐다. 북한군은 러·우 전쟁에 참전,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며 드론 전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은 2014년부터 드론 침투를 반복해 왔고 2022년 말에는 드론 5대가 서울 등 수도권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해와 올해 드론 성능 실험을 참관하며 자폭 드론 생산을 독려하기도 했다. 우리 군의 단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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