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 강화시킬 우려
형평성 논란 없애려면 엄정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친명(친이재명) 그룹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윤호중 의원을 지명했다. 앞서 지명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정동영, 안규백, 김성환, 강선우, 전재수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해 여당 의원 출신 총리와 장관 후보자는 8명으로 늘었다. 역대 정부에서도 의원의 입각 사례는 많았지만 이재명정부에선 의원 겸직 장관 수가 준내각제 수준이다. 의원 겸직 장관들은 정부와 국회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면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권 실세 의원이 장관으로 가서 해당 부처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한 사례도 많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검경을 각각 관할하는 권력기관인 법무부·행안부 수장을 모두 5선 관록의 여당 실세 의원들에게 맡긴 인사는 상징적이다. 대통령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비치나 이 대통령의 ‘분권 개헌’ 약속과 달리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 강화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성호 후보자는 다른 친명 의원들과 달리 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평소 고언을 서슴지 않았다. 내각의 일원이 돼서도 이재명정부가 일탈하지 않도록 그 역할을 계속해 주길 기대한다. 사상 최초로 여당 의원을 국세청장에 지명한 인사는 논란이 분분하다. 엄정한 자세를 견지하지 않는다면 권력기관 운영 과정에서 형평성 시비가 끊임없이 불거질 것이다.
내각에 들어간 면면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이다 보니 대선 공신에 대한 논공행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후보로 내세우기 위한 발탁 인선도 보인다. 해당 후보자는 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의원 출신 장관이 많아지면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 여당 의원이 장관이라고 해서 국회의 감시기능이 약해져선 안 될 일인데 벌써 걱정이 앞선다. 지금도 정부 옹호하기에 바쁜 여당이라서 그렇다.
여당이 대통령의 하부 기관처럼 기능하게 된다는 비판도 유념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이 내각에 차출된 만큼 가뜩이나 친명 단일체제로 재편된 여당의 대통령실 종속이 더 심화할 수 있다. 과거에도 장관 자리를 원하는 의원들이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으로 국회 품위를 떨어뜨린 사례가 많았다. 여당은 노무현정부 시절 여당 대표가 장관으로 직행하면서 여당 위상이 추락하고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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